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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I)-‘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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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저녁 한가한 시간에 기타 반주에 맞춰 프루윗이 Re-enlisted Blues를 마우스피스로 흥겹게 연주한다. 그때 바닥난 술을 사러 가다가 만취한 워든 상사가 불러서 다가가는 프루윗. 원칙을 중시하고 자신의 직분을 사랑하는 중대 선임상사로서 프루윗을 이해하는 워든 상사는 "오늘 갈로비치를 때려눕혀서 한잔 사주고 싶었다"며 자기가 마시던 술을 권한다.

 

 찻길 한복판에 앉아서 오래 사귄 친구처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인생은 개떡 같다는 거 알아? 사랑이 뭔지 알아? 글쎄 내 여자는 장교가 되라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홈즈같은 인물이 되어야 하냐?"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워든. 프루윗이 "다 그릇대로 되는 거지요" 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정말 지프차가 오는 게 아닌가.

 

 그때 피투성이가 된 마지오가 갑자기 나타난다. 트럭 뒤 방수포 밑에 숨어서 탈출했는데 뒷문이 열리면서 떨어져 어디가 부러졌나보다고 말하는 마지오. 그리고 "뚱보 저드슨 놈은 장난삼아 내 배를 찼어. 그리고 놈이 아프냐고 물으면 난 항상 침을 뱉어주곤 했지. 하지만 어제는 최악의 날이었어. 때리고 또 때리고 계속 때렸다"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는, 뚱보 놈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프루윗의 가슴에 안겨 드디어 숨을 거두는 마지오!

 

 적막한 밤, 취침나팔수를 대신하여 프루윗이 'Taps'를 연주한다.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죽은 친구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 스코필드 연대에 울려퍼지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프고 애틋한 명장면 중 하나다. [註: 가슴을 저미는 '진혼곡'인 '탭스(Taps)'는 같은 해 먼저 개봉된 '셰인(1953)'에서 프랭크 '스톤월' 토리(일라이샤 쿡 주니어)의 장례식 장면에 한 농부가 하모니카로 연주하여 인간적인 비애(悲哀)가 물씬 배어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장면은 '새의원클럽' 앞. 프루윗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저드슨이 바지를 추스리며 문을 나온다. "뚱보"라고 부르며 "저 골목에 가서 얘기 좀 하자"는 프루윗. "내게 무슨 불만있냐?"고 묻자 "당신 피아노 치는 게 맘에 안 들어. 매지오 기억 나?" "그 이태리놈? 알다마다. 그 원숭이놈!" "당신이 죽였지?" "그랬나? 그랬다면 그가 자초한 거겠지." "군대에서 당신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좀 봐줘야겠어!"

 

 그리고 둘 다 잭나이프를 들고 싸운다. 프루윗이 가진 잭나이프는 저드슨이 마지오에게 겨누었던 바로 그 칼이다. 장면은 골목 어두운 곳을 비춰주고, 한참 뒤에 저드슨이 복부에 칼을 맞고 나오다가 쓰러져 죽는다. 그 뒤에 친구 마지오의 복수를 한 프루윗도 칼에 찔려 비틀거리며 나타난다.

 

 장면은 앨마의 집. 들어오자마자 계단 밑으로 나뒹구는 프루윗을 앨마와 조제트가 보살핀다.

 

 3일이 지난 뒤 신문에 난 "간수 피살 사건. 아직도 수사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있는 워든 상사. 아침 점호를 마치고 프루윗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도 사흘째 계속 출석 처리하고 있는 워든 상사에게 언제까지 그러겠냐고 묻는 하사관에 대고 "다시는 묻지 말라"고 명령하는 워든.

 

 한편 장면은 사령부실. 홈즈 대위가 출석한 자리에서 에어즈 대령(카를턴 영)의 부관이 그동안 검사부에서 몇달간 조사한 보고서를 읽는다. "홈즈 중대장은 프루윗 사병을 무차별적으로 잔인하게 처벌했고, 그 사병을 연대 내의 권투팀에 끌어들이기 위해 불법적인 책략으로 강요해 왔습니다…."

 

 이를 들은 홈즈 대위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며 시인하자 "내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배운 건 부하를 아껴야 한다는 거였네. 자넨 그걸 망각한 것 같군. 내키진 않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옷은 벗지 않아도 되네."라고 말하는 에어즈 대령. 그러자 홈즈는 "재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사령관님?"하고 묻는다.

 

 부관이 "군 규정에 따라 명예퇴직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자 이를 수락하는 홈즈. 이에 에어즈 대령은 오늘 오후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하고 "자네가 군에서 빨리 나갈수록 모두에게 이로울 걸세."라고 말한다.

 

 장면은 홈즈 사무실. 새로 부임한 G. R. 로스 대위(존 브라이언트)가 벽에 걸려있던 복싱 관련 사진과 트로피를 몽땅 내다버리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집합한 하사관들을 해산시킨 뒤 워든 상사에게 갈로비치 하사를 사병으로 강등시키고 화장실 청소 당번을 시키라고 명령한다. 이에 히죽 웃던 워든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셨습니다!"라며 더 환하게 웃는다.

 

 이때 워든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캐런이다. 쿠히오 해변공원에서 만난 캐런은 다음 주에 남편 홈즈가 미국으로 귀국하는데 자기랑 같이 가길 원하다고 말한다. 워든은 장교 신청서 제출조차도 하지 않았고 군대와 결혼한 사람이니 이제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캐런은 미련없이 떠나기로 작정한다.

 

 앨마의 집. 술에 찌들어있는 프루윗. 신문에 "제임스 R. 저드슨 중사의 죽음, 여전히 단서를 못 찾음"이란 기사가 났다.

 

 1941년 12월7일 일요일 아침 오전 8시 10분 전, 부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중 비행기 편대가 연병장 위로 날아간다. 일요일인데도 훈련에 열심이라고들 떠드는 순간, 일본군이 윌러 기지에 폭탄을 퍼붓고 있다며 전투기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고 알리던 전령이 공중 사격으로 죽는다.

 

 이때 앨마의 집에 있던 프루윗은 라디오를 통해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뉴스를 듣는다. 이건 실제 상황이라며 조금 전에 스코필드 보병부대가 해안가에 배치됐다고 방송하는 게 아닌가.

 

 이에 부대로 가려고 옷을 챙겨입고 신발을 신는 프루윗. 앨마가 아침까지 있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르고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며 말리지만 막무가내다.

 

 군인과 결혼하지 않겠다던 앨마가 드디어 "미국으로 같이 가면 결혼도 할 수 있다"며 지금 가면 영영 못 볼 거라고 눈물로 사정한다. 그러면서 "왜 돌아가려는 거죠? 군대는 당신을 쓰레기 취급하고 학대하고 당신 친구까지 죽였는데 왜 돌아가려는 거냐고요?"라고 방방 뛰며 말리는 앨마를 뒤로 하고 결국 복귀를 결심하고 떠나는 프루윗! (다음 호에 계속)

 

▲ "오늘 갈로비치를 때려눕혀서 한잔 사주고 싶었다"며 프루윗(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자기가 마시던 술을 권하는 선임상사 워든(버트 랭카스터)은 친구처럼 얘기한다.
 


▲ "뚱땡이가 때리고 또 때리고 계속 때려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는 뚱보 놈 저드슨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드디어 숨을 거두는 마지오(프랭크 시나트라)!
 


▲ 프루윗이 'Taps'를 연주한다. 적막한 밤,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죽은 친구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 병영에 울려퍼지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프고 애틋한 명장면 중 하나다.
 


▲ 잭나이프를 들고 싸우다 한참 뒤에 저드슨(어니스트 보그나인)이 복부에 칼을 맞고 쓰러져 죽는다. 친구 마지오의 복수를 한 프루윗도 칼에 찔려 비틀거리며 나타나는데…
 


▲ 집에 들어오자마자 계단 밑으로 나뒹구는 프루윗을 돌보는 앨마(도나 리드·오른쪽)와 조제트(크리스틴 밀러).
 


▲ 홈즈 대위 후임으로 온 G. R. 로스 대위(존 브라이언트)가 하사관들을 불러놓고 복싱관련 사진과 트로피를 몽땅 내다버리라고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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