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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꿈(Elegant Dream)(1)
young2017

 

 

나는 아버지와 함께 꿈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춤을" 어떤 영화의 제목이었는지 소설의 제목이었는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런 문구가 떠오르며 어젯밤의 꿈이 선명하게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떠올랐다.


나는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와 함께 어제 하이킹에서 지나가며 보았던 망망한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역시 돌아가신 엄마와 함께 절벽위로 나있는 숲길을 걸으며 보고 있었다. 


어제 낮에 하이킹 클럽 회원들과 함께 걸었던 곳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바람은 파도를 씻고, 파도는 바람을 씻고."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작나무 숲의 하얀 나무줄기들이 반짝이며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까이 가서 마-악 벗겨져 가는 하얀 껍질을 벗겨 손바닥 위에 놓고 그 위에 그 문구를 썼다. "바람은 파도를 씻고, 파도는 바람을 씻고". 아마도 "씻고ㅡ 씻는다"의 의미 때문에 내가 강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바람은 파도를 타고, 파도는 바람을 타고."였다면 음풍영월(吟風?月) 정도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절벽 밑에서 들려오는 멀고도 가까운 파도소리가 부드럽고 맑은 빛을 타고 들려올 때의 그 느낌은 내 가슴에서 뭔가를 시원히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그것은 어떤 영감으로 부딪쳐 어떤 변화의 예고를 알리는 북소리 같았다. 어젯밤, 바로 그곳에서 바람을 타는 나뭇잎 위에 내리는 맑은 빛은 밤의 꿈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 추는 꿈에서 나를 맑게 했는지, 이 아침에 잠에서 막 깨어난 내 정신이 맑다. 


그곳에서 본 물빛, 불어오는 바람, 하얗게 부서지는 호숫가의 파도 그리고 그 호수와 숲에 내리는 그 맑은 빛은 분명히 나의 육신과 정신을 지금 정화하고 있는 것인가.


어젯밤 꿈에서 아버지와 내가 파도물결을 요리조리 피하며 내딛는 스텝으로 같이 춤추는 것을 그 꿈에서 내가 보며 느낀 것은 우아함 바로 그것, 어릴 적에 아빠와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시며 사온 하얀 드레스를 엄마가 나에게 입히시고, 아빠는 내 두 손을 잡고 추었던 춤이다. 


찰박거리는 발등의 물위로 튀는 듯한 아빠의 발 놀림은 참으로 유연하셨다. 아빠의 온 몸으로 리드하는 동작에 따라 마치 우리가 한 몸으로 추는 춤이었다. 그런 장면을 또 하나의 내가 엄마와 함께 절벽 위 숲길을 걸으며 보고 있었다.


간밤의 꿈이 왜 이렇게 선명할까? 내게 어떤 좋은 영감이라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걸었던 숲길은 수 십 피트나 되는 절벽위로 나있었으며 어떤 곳은 바로 절벽 가까이로 나 있었다. 간간히 그 숲길에서 나와 드넓은 하늘에 흐르는 하얀 구름을, 옥빛 호숫물이 파도가 되어 아래 절벽 밑에서 부서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한 전망 포인트에서 금순이 언니가 우리들을 세워놓고 사진 찍어줄 때 언니의 그 우아한 모자가 바람에 날리어 절벽 밑 호수위로 날리어 가는 순간 나는 뛰어들어 그 모자를 잡고 싶은 충동이 일었었다.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다. 


국영이가 내 배낭 끈을 곁에서 낙아 채듯이 잡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그 모자를 잡으려 날아갔을까? 아빠의 영혼이 그 순간에 나를 잡았을까? 나는 지금 아빠와 같이 춤을 추었던 꿈의 그 순간들을 그리움의 실타래로 묶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자가 떨어졌음직한 저 호수의 한 가운데에서 아빠와 나는 춤을 추고 있었고 엄마와 나는 그 절벽 위의 숲길을, 맑은 햇빛이 내리는 라이온스 헤드 트레일(Lion's Head Trail)을 걸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내게서 그 충격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음에서 인지 말이 많은 나도 그 아찔한 순간을 되새기며 아무 말도 없이 걷고 있었는데, 내 옆을 걷던 친구 경(敬)이가 그 언니의 우아한 모자가 우아하게 바람에 날려가는 것이 참 우아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충격이 되살아난다.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깝지만. 우아하다는 것에 공감이 드니 내 입가에 미소가 어리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내가 날리는 모자를 잡으려는 충동이 일었을 때, 나는 엄마의 우아한 미소가, 어린 시절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아빠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엄마가 보시며 짓던 엄마의 우아한 미소가 그 모자의 날림과 함께 스치고 지나갔었다. 그 충격적인 순간이 뇌리에 박혀서 그것이 꿈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버지에게서 내려온 우아한 피가 어제의 숲길의 맑은 햇빛과 바람과 파도소리가 나를 씻은 탓인지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피어나는 평온함이 그리고 어떤 생의 환희 같은 즐거움이 아빠와 내가 춤추는 꿈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 흐름이 분명 이 아침의 내 가슴에도 흐르고 있고 아직 잠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에도 흐르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간밤의 꿈을 통하여 뭔가를 전하려 하는 느낌이 들기만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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