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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梨花) (8)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그 차가운 아픔이 내 몸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엄마가 그 천으로 된 백 안에서 움직임 없이 그 빈 차에 실리는구나 하는 아픔이 떠올랐다. 리무진 장의차 문이 닫히고 차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소리를 죽여버린 것인지, 주위의 모든 것이 소리 없는 무엇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장의 리무진이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을 때에 모든 것이 침묵으로 흐르고 있었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는 엄마를 위한 침묵으로.


내가 그랜드캐년을 발 아래 두고서 경이로움을 느꼈던 어떤 침묵과의 맞닥뜨림에서 오는 비어 있음, 그 빔이 천천히 내 아픔의 늪을 거두어 내고 있었다. 엄마를 실은 장의 리무진이 내 시야에서 사라져갈 때에. 


내일 모레가 장례일 이고, 내일이 공식 연도일, 오늘이 엄마에게 수의를 입히는 날이다. 큰 언니 오기를 기다리고 신부님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엄마 장례식은 칠일장이 되었다. 남편이 어느 때 말했다. “7일장은 왕이나 하는 장례식인데”라고. 현재의 기술 문명이 이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내가 때로는 아주 여리고 감상적인 큰 언니에게는 수의를 입히는 절차에 참석하지 말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그 절차에 참석하다 보면 언니에 오는 슬픔이 너무나 클 것 같아서였다. 


나와 장의사의 여직원, 그러니까 내가 엄마를 보지 않은 시간에 그는 평화롭게 돌아가신 엄마를, 엄마의 시신을, 칠일간을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하여 엄마의 몸을 씻기고 마사지하고 화장하여 그 평화로운 모습을 지켜온 것이다.


그가 이 방으로 들어 오기 전에 문 앞에서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이 방에서 볼 것과 엄마 볼 것을 미리 이야기 해주었다. 아마도 직계가족이 처음으로 보게 될 시신에 대한 충격을 적게 하기 위하여 하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엄마의 경우는 노환에 맞이한 평화로운 죽음이었기에, 그리고 나와 아이들과 남편이 항상 곁에서 지켜봐 왔던 차라서 그런지 그가 말하는 것이 마치 여행사 직원이 관광 안내하는 듯이 들렸다. 하지만 만약에 이런 상황이 참담한 사고의 죽음이었을 경우에 그 가족들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런 상상의 끝이라 선지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보는 엄마는 커져버린 그리고 이미 식어버린 촛불의 죽음이었다. 그 방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휑뎅그레하게 큰 방에서 엄마의 시신 위부분만 밝게 비추는 빛이 일러주는 것은 생명이 지나가버린 후에 느끼는 적막감이라고나 할까. 


나는 내가 안간힘을 써가며 그 적막감에 어떤 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하얀 천에 쌓여서 한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모든 상황이 이 것이 엄마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수술대 위의 빛이 내리비치듯이 그 밝은 하얀 천 위에 밝은 빛을 더하고 있었다. 엄마가 누워있는 하얀 테이블 양편에는 바퀴 달린 자그마한 테이블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그 직원이 나에게 내가 가슴에 안고 들어온 수의를 그 자그마한 한쪽 테이블에 내려 놓으라고 하고 그는 그가 가져온 하얀 도구들을 저편 다른 한쪽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엄마 위에 비치는 빛을 향해 묵념의 기도를 올리고 또 약속이나 한 듯이 천천히 얼굴부터 천을 벗기기 시작 하였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 짓는 듯한 순간이 지나고, 얼굴에 몇 잎의 하얀 배꽃 잎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그 꽃잎들은 하얀 나비가 되어 떨어지는 빛을 타고 빛 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지나가는 순간이었을까, 이제 엄마의 얼굴이 현실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얼굴 밑에서 가슴 그리고 발끝까지 엷은 회색 빛 가운이 덮여 있었다. 우리는 걷어가는 하얀 천을 엄마 발치의 남은 테이블 공간에 놓자 구김으로 엮어진 그 하얀 천 위에 하얀 구슬들이 송글 거리듯이 빛으로 어른 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회색 가운에 쌓인 엄마를 가운데 두고, 역시 또 약속이나 한 듯이, 머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적막과 침묵에 부딪치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그나마 이 방에 그 어떤 생명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둘이 엄마를 싼 회색 가운을 서서히 걷으며 발치께로 이동하고 있을 때 적막을 가르는 고요함이 엄마의 가슴 위에서 침묵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엄마는 현실적으로 생전의 모습에서 드러나던 모습이 아니다. 


침묵을 넘어선 어느 미지의 세계에 있는 나와는 소통 교감이 차단된 다른 세상의 어떤 무엇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내가 느껴왔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진상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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