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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현실(The Reality of the Dream)(2)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아버지와 내가 핏빛처럼 빨간 황토 흙을 파서 물을 붇고 맨발로 이기고 있다. 바지가랑이 걷어 부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개어진 진흙을 느끼고 있다. 아주 아주 천천히 아버지와 나는 진흙이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아버지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아버지가 내가 느끼고 있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진흙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빨간 핏빛 같은 황토 흙을 이기고 있다.


 아버지가 벽돌 거푸집을 물에 담갔다가 빼며 나에게 눈짓 하였다. 진흙을 삽으로 퍼 거푸집에 담으라고 웃는 아버지의 눈이 천천히 감기는 것을 보며 붉은 흙을 한 삽, 두 삽 떠서 거푸집에 넣었다. 아버지는 거푸집을 흔들며 흙을 가라 앉히고 흙손으로 벽돌 윗면을 골랐다. 이제 아버지는 흙이 담긴 거푸집을 들어다 준비된 마당 저쪽에 내려 놓는다. 


아버지는 밑바닥 거푸집을 앞으로 당겨서 빼고 그리고 몸틀을 위로 당겨서 뺐다. 그러면, 네모난 붉은 진흙 벽돌 하나가 반드시 마당 위에 앉았다. 그 앞에는 수 많은 벽돌들이 종렬로 횡렬로 태양아래 늘어서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양과 마당 사이 저쪽에는 대숲의 대나무들이 바람에 서걱 서걱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의식이 내 머리 위 공중에서 선회하는 듯이 느끼며 천천히 들려오는 그 광장의 소음이 함께 서서히 전해오는 매캐한 내음을 느끼고 있었다. 가버린 어느 봄에 아버지가 기와 굽는 가마를 수리하는 모습이 아스라이 내 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기왓장도 직접 만들었다.


 아버지와 나는 그 해 여름 나의 단칸 서재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집을 짓는 모든 과정을 보여 주며 나에게 실제로 경험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터를 잡으며 주위의 경관은 물론 실제로 관계되는 다른 집이나 나무들이나 바람이 불어오는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 보았다. 


그러면서 나의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들을 말하며 그날을 회상 하시는 듯 하였다. 그럴 때 그의 눈은 빛났으며 그의 가슴에 흐르는 그 즐거운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기쁨은 아마도 아버지의 아버지에게서 그 아버지의 아버지에게서부터 흘러온 어떤 기쁨이라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집을 짓는 시작부터 끝내는 것까지 직접 경험하게 하는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어느 밤이었던가, 낮의 햇빛을 받아 안고 익은 벽돌들이 밤의 달빛 아래서 네모난 빛들로 종으로 횡으로 빛나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작은 단칸짜리 기와집이 여러 채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그 집들은 아무렇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러웠다. 지금 봐도 한 집과 집사이의 간격이나 크기 그리고 안채나 사랑채와 어우러지는 것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그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조그만 단칸짜리 기와집들이 여기 저기에 있을까? 그런 의문이 일어나는 그 봄에 아버지는, "올 여름에 너의 서재를 짓자." 하시었다.


 매캐한 불 냄새가 내 코 끝에서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슬로우모션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는 가마 아궁이 앞에서 타는 불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자신은 기와를 만들기 위해 하인들과 함께 갯벌 흙을 날라와서 커다란 바위 통에 넣어 두며 샘물을 갈아 부어가며 소금기를 제거하고 구리로 만들어진 기와 거푸집으로 찍어 기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의 서재 기와는 황토 흙을 그냥 쓰기로 하였다.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아버지와 함께 바라보던 불이 우리를 삼켜 버렸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아련히 몰려오는 것이 느껴지고 소음이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앰불런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있었다. 


서서히 내 시야가 밝아오고 있다. 내가 앰불런스에 실려가고 있고 그가 옆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가 무얼 하는지 그의 하얀 손이 내 눈 앞으로 지나간다. 마치 누이의 손이 매화향기 속에서 눈송이를 받으려 내미는 모습으로 지나간다. 나는 그 손을 잡으려 내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팔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나는 이런 상태를 그에게 말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나의 의식은 살아있지만 말을 할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나는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낄 때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슬픔이 아픔으로 채워지는 눈물이 흐르고 있을 때, 차가 덜컹하며 기우뚱 할 때, 그가 내 손을 꼭 쥐었을 때, 그의 눈에 얹혀 있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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