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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명소 감상법
yeodongwon

 

소문대로 이태리는 관광명소를 그득 담고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피사 사탑 못 본 이태리 관광은 “앙꼬 빠진 찐빵 맛”이라는 친구 말대로 피사탑 구경은 명물답게 별미였다. 
사람들은 심심하면 심심풀이를 찾는다. 그 심심풀이는 일상에서의 일탈일수록 맛을 더한다. 


정상적 평범함이, 맑고 고요함이, 바르고 반듯함이 최적의 삶의 바탕임을 잘 알면서도 엉뚱하고, 괴상한 것에서 재미를 붙여 울고 웃으며 삶의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실컷 웃거나 맘 것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참으로 희한한 것이 마음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보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듯 세계명작이란 것도 대개가 불륜으로 비딱하게 이야기를 풀어서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관광명소 란 것도 그렇다. 비 정상적일수록 명물이 되고, 파격적이고 괴짜일수록 눈길을 끈다. 


그래서 나의 관광품목엔 별나고, 오래고, 멀수록 좋다는 3가지 조건이 붙는다. 우등생 같이 반듯한 것은 일단 제외된다. 피사탑은 이런 조건을 제다 갖춘 일등 관광명품으로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어쩌다 비딱하게 서버린 8층 종탑건물 하나를 보려고 지구촌 사람들이 구름처럼 와글와글 몰려와 피사 시민을 먹여 살려주고 있으니, 이런 효자상품이 또 어디 있나. 내 보기로는 분명 설계상의 하자라 허물었어야 할 부실건물인데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세계적 명물이 될 줄을 설계 당사자는 물론 피사시 건물안전감독관인들 예측이나 했겠는가? 


“못생겨 미안하다”가 아니라 “부실로 만들어 고맙다”가 돼버렸으니 전화위복 치곤 이쯤이면 대박이다.


어차피 관광은 비일상적 심심풀이니 보는 이들도 멍청해 질수록 신나고 관광사업은 번성한다. 


피사탑 옆에는 멀쩡한 큰 교회당 건물이 두 개나 있는데도 그 교회당에 비해 넘어질 듯 기우듬히 서버린 초라한 이 사탑에만 몰려 붐비고 있는, 이 진풍경 자체가 내겐 또 다른 볼품 관광이었다. 아니 만화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니다. 내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70살 노인이 그 비싼 비용을 마다 않고 날아와 삐딱하게 서버린 실패작(?) 돌탑을 등지고 탑처럼 기우듬히 서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웃음을 하고 사진을 박고 있는 내 모습이 만화 주인공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안 그런가?


여기 또 다른 명물 베니스 구경이 또 나를 웃겼다. 분명 건물들은 땅 위에 세워져 있는데 걸어 다녀야 할 길은 땅이 아니라 일부러 물길을 만들어 배를 타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다. 


집이 땅 위에 있으니 길 또한 땅 위에 있어야 마땅한 상식을 뒤엎어 애써 물길을 만들어버린 베니스 괴짜 양반들이 정말로 재미 있는 사람들이다. 관광자원이라는 경제학적 투자로 보면 백년대계가 아니라 천리안적 안목이라 감탄 또 감탄할 뿐이다. 


베니스 섬 중앙을 S자 큰 운하로 뚫고, 골목은 콘도라 라는 3- 4인용 보트가 다닐 정도의 좁은 운하 골목길들이 그 S자 큰 운하에 연결, 도시 전체가 물길로 되어 있어 바퀴 달린 운반 수단은 쓸모가 없는 시쳇말로 무공해 웰빙(wellbeing) 도시(?)가 되어 있었다. 아무튼 불편하기 그지없는데도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이 또한 관광상품치곤 대박이다.


바티칸 구경은 또 어떤가?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니 성지순례는 물론 아닐 터이고 유명하다는 소문 듣고 왔으니 어차피 내겐 관광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해도 성지다운 성스러움의 품격이라고나 할까, 품위 같은 것을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그 어디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우선 입장하는 데서부터가 그랬다. 여느 성곽보다도 더 높은 돌담이 섬뜩했고, 그 돌담을 끼고 수백m 길게 늘어선 줄에 끼어 4시간여를 기다려 당도한 출입구는 어느 대갓집 대문쯤의 크기인데 밀려온 인파에 비해 턱없이 작아 보였고, 그 대문이란 것도 중세 성곽에서나 볼 수 있는 철문으로 되어 있는데 마치 교도소 철문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니 출퇴근시간의 바쁜 지하철역을 방불케 하고 있었고 보안감시 장치 또한 비행장처럼 철저했다. 관람객들에 끼여 밀려가다 보니 방방에 세계적 유물들이 가득하다. 이집트, 그리스, 이태리역사 유물들이 넘치도록 잘 전시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 유물들이 제 나라에 있지 못하고 이렇게 엉뚱한 남의 나라 교회당에 갇혀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있는가 싶었다.


아니다. 세계 유명박물관이라는 데는 정상적 수집품보다 완력과 금력으로 약탈하고 매수된 것들이 더 많다. 뒤늦게 당사국들이 돌려달라 아우성이지만 마이동풍이다. 아니다. 어차피 관광차 온 지금의 내겐 관광상품 대상이면 족하다. 


세계 지구촌 관광상품치고 진짜 감탄할 위대한(인류에게) 값진 진품이 몇 개나 있는가? 금강산이나 나이아가라 같은 자연물을 빼고는 말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 만리장성, 그리스의 신전들에서처럼 권력(權力)과 금력(金力)과 신력(神力)을 위해 불쌍한 힘없는 민초백성들의 피와 땀과 목숨으로 쌓은 무덤으로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상적인 사람의 마음이라면 이 같은 관광상품 앞에서는 저 무지막지한 바위 돌에 깔려 죽은 영혼들을 위해 옷깃을 여미며 묵상해야 맞다. 그러니 적당히 멍청해야 관광이 된다. 


그런데 나는 멍청하기를 넘어 천치처럼 이렇게 히죽거리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나는 관광 나들이보다는 안온한 내 집 안방지킴이가 더 어울리나 보다. 주머니 굳어 좋고 편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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