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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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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시인 

 

 


시인들은 자작나무를 노래합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아카시아 나무를 생각하면 하얀 꽃잎이 보이고, 먼저
떠오르는 향기를 맡지만
사과나무라면 빨간 사과를 생각하고
감나무라면 감을 생각하지만
자작나무는 무엇을 맺는지
자작이라는 과일이 없다는 것을 알뿐,
추운 겨울 제 몸을 태우며 불꽃으로 필 때
자작자작 소리 내며 노래 부른다 합니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눈보다 하얀 옷 입고
부드러운 속살 감추고 서있는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본 적이 있어도 보았는지
보고도 서둘러 걷느라 보지 못했는지
모든 나무가 자작나무로 다가옵니다.
시인들이 노래를 해서
자작나무는 종종 내 눈앞에 서있지만
언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호젓한 산길 나무 아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었다 왔는지도 모르죠
자작나무도 한 여름이면
무성한 푸른 잎을 달고 있겠죠?
시인들이 걸어 논 말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자작나무는 시인의 나무로 서있습니다.
허리에서 어깨 높이까지 자랐다가
온 하늘을 가득 덮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잎새들,
눈보라 몰아쳐도 더욱 푸른 말들
한 겨울 눈 속에서 자작나무를 심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잎새가 흔들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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