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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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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 빛은 정말 아름다운 뉘앙스를 준다. 꿈을 꾸게 하고 사랑을 노래하게 한다. 


 수평선 저 멀리 아련히 깔려있는 가슴 저미는 보랏빛 노을, 이제 막 숨 터져 나온 도라지꽃의 은은한 안개보라 빛, 오디 열매의 달콤한 검자주보라 빛, 석류의 유리알 같은 투명체에 감도는 신비스런 연분홍 보라 빛, 어느 종류의 보라 빛이든 보라색은 언제나 아름다운 감동을 나에게 준다. 


 이른 봄 길섶에 앉은뱅이 꽃으로 피어나는 오랑캐꽃의 진보라, 외진 산길 따라 홀연히 피어있는 아련한 청포 꽃의 수줍은 보라 빛, 나비 떼를 부르는 노오란 배추꽃 곁에 가냘픈 허리를 간들거리며 봄바람에 나부끼는 열무 꽃의 연보라 빛,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 옷을 입은 가지 꽃의 잘 조화된 청보라 빛, 짙은 색이나 옅은 색의 보라 빛의 감도(感導)는 큰 차이가 나지만 보라색은 언제나 나의 가슴에 향기처럼 감긴다.


 사춘기 시절을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시냇물이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한 없이 흘러가 보기도 하고 뒷산의 산마루에 피어난 꽃들을 따라 해 지는 줄도 몰랐던 열여섯 꿈꾸는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솔바람에 간들거리는 연보라 빛의 구절초를 만나곤 했다. 그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나는 아직도 가을 들녘에서, 시냇가에서, 산마루에서 만났던 그 연보라 빛 구절초를 잊지 못한다. 그 애절한 보라 빛 앞에 서면 예나 지금이나 나는 보랏빛 소녀가 된다. 


 보라 빛 사연에 쌓이고 싶다. 그리고 가슴에 꽉 품고 싶다. 


 아직도 보라 빛 파장이 전하여 오면 나는 언제나 소녀가 되어 그 들녘에 서곤 한다. 시집 한 권만 들면 온통 내 세상으로 변하던 열아홉 그 시절로 가 서곤 한다.


 행여 흰머리가 돋아나지나 않았나하고 조바심을 치는 이 나이에도 나는 보라 빛 꿈을 꾼다. 그리고 영원히 나는 오로라처럼 보라 빛 춤을 추리라. 


 보라 빛 세상에서 보라 빛 꿈을 꾸는 보라공주가 되어 보라 빛 공기를 마시고 싶다. 한아름 마신 공기는 보라 향을 내며 훨훨 탈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이올렛으로 불리어진 까닭이기도 하다. 


 은은한 새벽빛을 머금은 물보라색 롱드레스를 한 벌 가졌으면 싶다. 그리고 청보라색 스카프도 한 장 가졌으면 싶다. 비 내리는 거리를 청보라 스카프를 매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박또박 걸어 보고 싶다. 


 빗방울이 나뭇가지에 앉아 고운 구슬을 꿰고 있다. 꽃 가게에 둘러 능수보라 빛 수선화나 한아름 사다 꽂아야겠다. 선화 향기에 묻혀 보라 빛 나르시스에 젖고 싶은 오후다. (1998년 11월 27일 )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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