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yb
캐나다한인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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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shinyb

 

 

 

 저녁 먹고 나서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동네를 걷다가 보면 어느 집의 나무는 몇 년만에 담장을 훌쩍 넘도록 몸피가 무섭게 커버려서 그 옆을 지나노라면 공연히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연리지(連理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유래를 찾아보다가 나무의 모양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쳐다본 앞집 나무가 바로 그 연리지였다.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매일 산책하면서 바로 눈 앞에 두고도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이다.


 가끔 나는 창밖의 그 나무를 부러운 듯이 내다본다. 행여 창문을 가릴까 살짝 빗기어 서서 둘로 된 기둥줄기가 곧게 자라 위로 올라가다가 중간쯤부터는 가지가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이 되어 2층 지붕 끝에 닿을 듯이 바르게 서있다. 


 하나처럼 보이는 두 그루의 침엽수 나무. 그들이 손잡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서로 비키라고 밀기도 했을 것이고 네 그림자 때문에 내가 못 자란다고 화도 내었을 것이고, 밀쳐 내다가 서로 부대껴 상처내며 잎새를 떨구기도 했을 것이다. 


 가로등 어스름한 밤이면 서로 부비며 속삭이기도 하고 무섭게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이면 꼭 껴안고 흔들리지 않게 서로 의지하며 서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둘은 화해했나 보다. 우리 이럴게 아니라 서로 사이 좋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하나의 보기 좋은 모습으로 가꾸어가자고. 그래서 더 튼튼하게 위로 뻗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유심히 보게 된다. 세 그루가 늠름하게 잘 뻗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잘 자란 우애 깊은 삼형제 같다. 


 아래는 여러 줄기인데 대여섯 그루가 위로 가면서 잎새와 가지가 하나로 엉키어 하나의 둥치를 이룬 것을 보면 마치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 함께 서서 합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나는 패밀리 나무라 이름 지어준다.


 얼마 전에 찾아갔던 수녀원 뒤뜰 산책길엔 열 네 그루의 키 큰 나무가 정확한 간격으로 서있었다. 산책하며 기도하기 위해 오래 전에 그 누군가가 14처로 심은 것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얼마나 많은 기도를 먹으며 자란 성스러운 나무들인가. 나도 나무를 쓰다듬으며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그 나무는 위로하는 나무였을지도 모른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수형이 아름다운 그래서 혼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은행나무나 마로니에, 포플라, 후박나무 같은 것도 있다. 


 잘 자란 나무를 보면 의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무도 사람처럼 어려서부터 잘 가꾸어야 한다. 길섶에 절로 자란 작은 풀꽃도 물론 아름답기는 하지만, 묘목일 때부터 전지를 하고 잘 손질하고 가꾸면 보기 좋은 나무가 된다. 난초 화분도 정성스레 가꾸고 쓰다듬고 보살펴줘야 좋은 난으로 향기론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6천살 정도로 추정되는 거대한 바오밥 나무가 있다고 한다. 생떽쥐 뻬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 종류이다. 실제 사진을 보니 줄기가 둥글번번하니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일본 남쪽의 야쿠시마 라는 섬에는 그 줄기가 흡사 늙은 할아버지의 얼굴과도 같은 7천 2백 년 된 삼나무가 있다는데 그 근처에 는 메오토스기 라는 천년 된 부부삼나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부부 나무가 손잡는데 5백 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천 년의 반이나 걸린 거다. 


 부부가 진심으로 손잡는 데는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 우리 부부는 과연 연리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은혼식을 지나 금혼식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때론 틱탁거리니 말이다. 


 그리고 과연 우리의 아이들은 패밀리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커다란 숲으로 이루어가길 바라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그들은 알까?(2012)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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