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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달력
namsukpark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 우리설날은 오늘이었다. 올해에도 신정(新正,양력설)과 구정(舊正,음력설)이란 이름으로 벌써 두 번이나 맞이한 세시풍습(歲時風習)이다. 지난날엔 ‘이중과세(二重過歲)’라며 당국의 계도(啓導)와 계몽(啓蒙)이 있었다. 인생과 인습(因習)이 쌓아올리기는 힘들어도 한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호랑이가 뉴욕의 타임스 광장의 화면을 깨고 뛰쳐나왔다. 삼성과 LG가 계속 경쟁하며 발전해가는 자랑스러운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 ‘Galaxy S22’를 공개하는 행사를 앞두고 호랑이를 앞세워 3D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광고는 어두운 배경에서 선명한 모습의 호랑이를 등장시켜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는 듯한 ‘착시(錯視) 효과’를 주며 마무리된다.

 삼성은 “규칙을 깨트릴 준비가 되었는가?”(Ready to break the rules?)란 메시지를 호랑이를 통해 표현했다”며 “신제품은 야간촬영 기능이 더욱 강화됐는데 호랑이가 뛰어난 야간시력(夜間視力)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부연(敷衍)설명이다.

 옛날 높은 벼슬아치들이 서로 공경(恭敬)하는 동료(同僚)란 뜻으로 ‘동인(同寅)’이란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호기심 많던 나한테만 알려준다며 얻어들은 이야긴 차고 넘친다. “기마(騎馬)경찰이 낙마(落馬)하여 체면을 구겼다느니 동네 의원(醫員)께서 몸져누우셨다는 이야긴 고갤 갸우뚱하게 했다, 그중에 하이라이트는 ‘과거시험 낙방(落榜) 후 까치가 목청 높여 울었다’던 이야기를 상기(想起)시키며 혼자 웃음 짓기도 한다.

 냉혹한 현실에선 지정학적(地政學的) 긴장이 크게 대두(擡頭)되면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감이 피를 말려가고 있다. 인접국경에는 수많은 병력과 전술부대를 배치하며 으름장을 놓고,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의 레드라인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만약의 경우엔 의심의 여지(餘地)가 없도록 응징하겠다!”며 기선(機先)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외교적으로 해결책을 강구(講究)함일 텐데… 글쎄다.

 임인(壬寅) 올해는 어인 일인지 달력 구하기가 힘들었다. 양력·음력이 병기(倂記)된 달력은 한인식품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는데 무턱대고 ‘새해 달력 구할 수 있을까요?’ 여쭙기도 멋쩍어 당장 필요치도 않는 식품을 들고 계산을 마쳤다. 달랑 두 개뿐인 옆 계산대의 손님께 달력을 주시기에 ‘저도’하며 부탁드렸더니 그녀가 날 유심히 보더니 $5어치를 더 구매해야 달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었다. 그래~ 기분 좋게 지나가자 할 수도 있었지만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린다. “이거 그냥 환불(還拂)해 주세요!!” 앞장이 클지 뒷장이 클지 모른 인심(人心) 고약한 가게에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낄 고객이 적잖을 것 같다.

 비대면(非對面) 정육점과 퇴근하는 직원이 버튼만 누르면,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담배와 술 판매대가 차단되고 주문부터 음식을 받는 순간까지 무인(無人)으로 운영된다는 햄버거가게 얘길 전해 듣는다. 빈 매장을 함부로 쓰는 경우를 막느라 출입방법을 제한하는 곳도 많지만 영업시간을 제한해도 무인(無人)매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열 수 있다고 한다.

 편리해진 만큼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동네 곳곳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행여 일자리가 줄어들진 않을는지 걱정이라니 ‘우산과 나막신을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걱정꺼리’와 비견(比肩)될 순 있겠지만 ‘옛것을 익히다 보면 그 옛것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

 세상에서 행복이라고 손꼽을만한 게 무엇이냐면 저마다 건강과 나름의 성취감이 아닐는지. 전해오는 옛이야기에서 뭇짐승의 왕 호랑이가 두려워한 곶감을 심심풀이 입가심으로 즐겨 찾기도 하겠지만, 처지에 따라선 배곯지 않고 등 따뜻한 것을 내세울 경우도 없진 않겠다. 여한(餘恨)이 없어야 하지만 실망감을 감추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 적 늙은이 보고 백발을 비웃더니

그동안에 아이들이 날 웃을 줄 어이 알리.

아이야 하 웃지 마라 나도 웃던 아이로다.

*사람이 늙은 후에 거울이 원수로다.

마음이 젊었으니 옛 얼굴만 여겼더니

센 머리 씽건 양자보니 다 죽어야 하이야.

*늙고 병이 드니 백발을 어이하리

소년 행락(行樂)이 어제론 듯 하다마는

어디가 이 얼굴 가지고 옛 내로다 하리오.”

[신계영(辛啓榮)의 탄로가(嘆老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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