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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만덕(吉祥萬德)
namsukpark

 

 쇠뿔도 녹아난다는 대서(大暑)다. 무덥긴 했지만, 한바탕 퍼부은 소낙비가 말끔히 식혀준다. 쌍무지개가 중천(中天)에 걸렸지만 Pot of Gold를 찾아 나설 이유는 만무(萬無)다. 반갑게 맞이하는 전원농장 쥔장부부의 환대가 정겹다. 사막에도 오아시스가 있듯이 자연의 섭리는 땀 흘린 만큼 정직한 대가를 안겨주지만, 세상에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줗 안다.

 근면하고 성실한 농부의 발자국소릴 듣고 자란 올해의 코끼리마늘 작황(作況)이 대풍(大豊)이란다. 아삭이고추, 상추, 오이, 애호박, 들깻잎의 초록물결이 넘실거린다.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하지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은 서로서로 나누길 좋아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지만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다. 손쉽게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일상에서 마땅찮은 경우에도 ‘그래~ 네 똥이 더 굵다’며 입을 삐쭉거리기보단 북돋아가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맥진(驀進)했으면 참 좋겠다.

 인종과 국가의 장벽을 넘어 지구촌 젊은이들이 순수한 체력과 기술을 겨루는 우애와 평화의 스포츠 축제. 2020도쿄올림픽 무관중 개막식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COVID-19의 팬데믹으로 예정보다 1년 뒤늦게 막을 올린 셈이다.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와 외교사절 등 1천 명 정도의 인원만 자리를 지켰다.

 각국 응원단의 열띤 함성은 아예 들리지 않았어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할 참가선수들은 의젓했다. 한국이 7월25일에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스코어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여 24일의 혼성단체전 우승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의 금메달을 안겼다.

 88서울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33년 동안에 금메달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의 특정종목에서 9연속 우승은 미국의 수영 남자 400m 혼계영과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케냐)에 이어 대한민국의 여자 양궁이 세 번째다.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혼에 힘입어 우리들도 덩달아 힘이 샘솟는듯하다.

 여자 양궁이 33년간이나 세계의 정상을 지킨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선수를 공정하게 선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 경력자도 가장 아래 단계부터 거쳐 오르지 못하면 대표가 될 수 없다.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해 세계 랭킹 100위권에 들지 못한 선수라도 국내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대표 선수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생길 수 없는 구조다. 양궁협회의 공정하고 올바른 경쟁의 원칙이 있었기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포츠는 그들의 열정과 환호, 역경과 엄숙한 패배를 함께하는 것이 틀림없다.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은·동메달을 차지한 대만·일본 선수들을 금메달 시상대에 불러 함께 셀카를 찍어 크나큰 감동을 선사했다. “무기를 내려놓고 축제로 화합하는 올림픽정신이 그 사진 한 장에 녹아 있다”는 인간 드라마를 펼친 영웅들에게 메달 색깔이 전부일 순 없었다.

 한국과 폴란드가 맞붙은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16강전. ‘탁구 신동’ 신유빈이 상대한 나탈리아 파르티카가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오른쪽 손과 팔뚝이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외팔’ 선수다. 경기 결과는 한국 대표팀의 3대 0 대승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파르티카의 투혼에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르티카를 모두가 인정하는 탁구선수로 만든 건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7살에 처음 탁구채를 잡은 뒤 4년 만인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 출전했다. 4년 뒤에는 아테네패럴림픽에서 개인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단식 첫 승을 거두며 32강에 진출한 파르티카는 인터뷰에서 “장애관련 질문을 16년째 받고 있는데 이젠 조금 지겹다”며 “나는 비장애인 선수가 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줄 안다.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었다.

 우스갯소리에 경제학자와 기상예보관에겐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예측(豫測)이 많이 틀린다. 둘째, 알쏭달쏭한 수치를 내민다.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제시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편작(扁鵲)이 봉황(鳳凰)의 큰 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여야불문하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결의는 대단해보인다. 그런데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은 여간 머쓱해 보인다.

 우애와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메달획득 여부를 떠나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피·땀 어린 노력과 최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 여러분께 삼가 경의를 전해 드리고프다. 자나 깨나 더욱 열심히 살아갈 뻔했다는 자조(自嘲)섞인 표현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우리들이었으면 오죽이겠다. “내일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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