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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namsukpark

 

 올해 마지막 ‘슈퍼 문’(Super Moon)이 뜬다는 뉴스를 얻어듣고 알람소리에 그루잠을 깼다. “달하 노곰피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수많은 소원들을 듣고 빵빵해진 달님~ 나마저 보태드리면 터져 버릴까봐 그저 이만큼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두 손 모았다.

 

 달님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때와 보름달이 뜨는 시기가 겹쳐 평소보다 더 크게 휘영청 비춰준 이번 슈퍼 문의 별칭은 ‘플라워 문’(flower moon)이라고 했다. 바라보자니 넋이라도 나갈듯하지만, 숭례문(崇禮門) 어처구니에 걸려있는 보름달도 구름에 달 가듯 낯선 밤길을 내딛는 길손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에 틀림없었으리라.

 

 샛바람 따라 봄 향기 짙어온다. 인적(人跡)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을 피하며 거리를 두는 상황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세상은 바람이 불고 고달프다지만, 깨달음은 늘 지각하길 반복한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어머님의 산소를 찾아 늙은 자식은 “이제나저제나 마음을 헤아려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다시는 해드릴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난다.”며 초록이불 덮으신 머리맡에 한 아름 예쁜 꽃송이를 놓아드렸다.

 

 이제와 후회를 해도 때늦은 일이지만, 나중으로 미뤘던 부질없는 약속과 우리 생애의 놓쳐버린 너무나 중요한 일들이 그 얼마나 많을까?

 

 COVID-19의 펜데믹(pandemic) 대응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한국·중국에서도 집단감염이 잇따라 불거지는 가운데 재(再)유행 우려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잠잠해지려나 했다가 며칠 만에 또다시 위험등급이 부랴부랴 상향조정됐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개발되고 선택된 약품들이 많아도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많기도 하다.

 

 상점 계산대에는 투명칸막이가 버젓이 설치되었고, 버스정류장이나 상점, 은행 등 건물입구 바닥에는 다양한 스티커를 붙여 어디에서든지 일상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된 모습을 보여 봉쇄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지만,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로 생활 속 거리두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렴 갸륵한 정성이 대단한 사람도 욕심 없인 살 수 없다지만, 남의 불행위에서 행복을 구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개나 강아지들이 사람보다 좋은 점도 많다. 쥔장의 발자국소리에 쏜살같이 뛰쳐나와 꼬릴 흔들며 반겨 어쩔 줄을 모른다.

 

 지난 방콕기간 동안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허락 되는대로 André Rieu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답고 활기찬 음율(音律)에 가슴을 흠뻑 적셔야겠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한 산적의 모습이 거울 속에 어른거린다. 서툰 DIY솜씨를 발휘해볼까 망설여봤댔자 언감생심(焉敢生心)일 테다. 도움주고 도움 받던 우리네 일상이 기적이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김민기 작사·작곡, 양희은 노래 /《아침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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