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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
namsukpark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위협,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 추진과 미국의 보복 우려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교역이 줄고 공급사슬이 무너질 우려가 커지면서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역사에서 흥망성쇠와 부침(浮沈)이 계속됨은 우리들이 짐짓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한 경우도 없진 않기 때문이다.


 아베(安倍) 일본 총리가 마침내 ‘한국과 갈라서기’에 나섰다. 국내외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8월2일 주재한 각의(閣議)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미국•영국•프랑스 등 우호•동맹 관계 나라들을 ‘화이트국가’로 지정하여 자국 기업들이 이들 나라에 각종 물자를 수출•입 할 경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시킴은 ‘아베 정권이 더 이상 한국을 우호•우방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란 해석이다.


 땅위에 두 발 딛고 살아가면서 다함께 선린(善隣)과 우호(友好)에 가치를 두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해법을 찾기는커녕 물과 공기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감정들이 뒤엉킨 실타래를 보는 듯해 안타깝다.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으며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림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테다. 일제(日帝)의 식민통치로부터 독립해 자주국가로 우뚝 선 지 70여 년이 훨씬 지났는데 ‘구한말(舊韓末) 시대가 재현되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한편으론 뒤숭숭하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조치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높인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역사문제에 틀림이 없다. 한편 일본정부의 동향(動向)이 내후년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아베 총리의 정치 스케줄과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레임덕’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한국 괴롭히기’를 이용한다는 거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하려는 아베 총리의 뜻을 읽고, 일본 지자체 공무원들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읽어서 행동함)’가 가속화하는 추세라고도 한다.


 “재정은 ‘많이’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하다”지만, “위기는 그 자체로서 논리와 관성(慣性)을 갖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로로 질주하는 속성에 편승한 우발적인 사건이 뜻하지 않던 복병처럼 등장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기도 한다.” 한•일 양국은 서로 장•단점을 보완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텐데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면 어쭙잖게 만족감을 얻을는지 몰라도 결국 피해는 애꿎은 기업과 국민에게로 이어지고 말 겻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일 뿐, 좋고 싫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해도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毒)이 된다.’는 말은 우리네 일상에서 어김없이 적용된다.


 아무렴 식은 죽(粥)먹기도 말같이 쉽지만은 않다. 텃밭에서 가꾼 들깻잎은 야생토끼의 입질에서 자유롭고, 부추는 싹둑 잘려도 재생력은 놀랍도록 강인하다. 농부의 발걸음소릴 듣고 자라는 농작물은 그렇다손 수국(水菊)은 수분이 넉넉잖으면 고사(枯死)할지언정 꽃 봉우리 피우려들지 않는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잠언이 있지만, 이런저런 인과관계(因果關係)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마는 삶의 무게와 피로가 느껴질라치면 찐 차좁쌀을 담가서 하룻밤사이에 익는 계명주(鷄鳴酒)를 사람들은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업은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초비상 상태다. 최대 피해자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기업이다. 세상에 손쉬운 일이란 없을뿐더러 마냥 얻어지는 것은 더더군다나 없는 줄로 안다. 시장의 다변화(多邊化)는 선택이 아닌 필수(必須)이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일방적 피해를 입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 소재•부품•장비 산업도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감정적인 선동은 서로 자제하고 냉정하게 현실적 대응책과 전략을 짜내야 한다.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정부•정치권의 전략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겠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 수행의 차질을 막기 위해 동북아시아 해역에서 한•미•일 군사공조가 필수적이고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안보의 핵심축(linchpin•核心軸)’이라 강조해왔다.


 “법률적으로 풀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도 있다. 불법지배와 불법징용 등 일본이 저지른 잘못은 명백하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과연 일본만의 잘못인가 하는 문제다. 구한말(舊韓末) 조정은 일본에 대해 무지했고, 국가적대비가 전무했다. 쇄국정책으로 화를 자초한 잘못도 용기 있게 지적할 줄 알아야한다. 그들에게 일본과 같이 정부로서 국민에게 배상해야 할 공동책임도 존재한다고 본다. 반일(反日)아니면 친일(親日)이란 억지 프레임에 단연코 반대한다. 이웃은 그렇게만 살아갈 순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다. 내 의견에 돌을 던져도 좋다. 그러나 당신은 친일인가 반일인가?” 세상만사를 흑백논리와 무조건적(無條件的)으로 섣부른 예단(豫斷)은 금물(禁物)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 들려오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휘둘리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생각이 찾아든다. 여하튼 급박한 시대 상황을 다스려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와 선동적인 집권여당, 무책임하고 옹졸한 야당 때문이라고 싸잡아 비난만 퍼부을 일은 절대 아니다. 자칫하면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위태로워지는 중대한 시점인데도 기댈 곳 하나 보이질 않는다. 앞으로 한•일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와 같은 자해적(自害的)인 보복전을 벌인다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약소국으로서 겪는 안위(安危)와 어려움을 어이 극복해왔던가? 겸허해야 하지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진 말자! 유구(悠久)한 세월 끈질기게 이겨낸 우리는 배달(倍達)민족이다.


 그동안 첨예한 한•일 갈등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양비론’(兩非論)이었다. 한•일 정부가 각각 정치적 이유로 신뢰를 깼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었다.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8개월 동안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일본의 주장에 경도(傾倒)된 셈이다. 한•일 정부 모두 반성하라는 얘기는 동맹국인 한•일 어느 한쪽 편만 들어줄 수 없다는 고민도 저변에 깔려있다.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해결하라”며 개입을 자제(自制)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테다.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9년 9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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