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92 전체: 520,024 )
모래시계(沙漏時計)
namsukpark

 

 
 ‘가랑비에 옷 젖는다!’지요? 부쩍 불어난 강물이 넘실거리며 흘러내린다. ‘흐름이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 나지 않는다.’ 물은 만물(萬物)의 생육(生育)을 돕지만, 자신의 공(功)을 다투거나 내세우려하지 않고, 물은 뭇사람들이 꺼려하는 낮은 곳으로만 흘러 늘 겸손의 철학을 일깨워준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광년(光年)단위의 거리를 측정해내고 태양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일러준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의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은 밝기의 변화를 이용하고, 주요한 구성성분은 양자(陽子) 물리학의 스펙트럼선을 분석하면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성이 제아무리 밝더라도 오늘날의 광학기술은 별의 행성이 별을 돌 때 별의 그림자가 되므로 별의 변화를 이용해 행성의 존재를 알 수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인생을 닮은 소설보단 소설을 쏙 빼닮은 인생이 흔해빠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해선 안 될 땐 말하지 말라. 말해야할 때 침묵해서도 안 되고, 말해선 안 될 때 말해도 안 된다”고 했다. 전쟁에 패배한 국가는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자존심을 짓밟혀가면서까지 평화는 구걸해서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는 점을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이다. 


 6월28일 개막한 오사카(大阪)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선택을 압박받고, 북핵 주도권을 잃은 채 ‘다자외교’에서 소외론이 나오는 것은 한국 외교의 ‘자업자득’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에 매몰한 ‘맹신(盲信)’외교와 반(反) 보호무역 등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한 근시안적(近視眼的) 외교의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중 무역 분쟁과 관련 “미국은 지기 어려운 게임이고, 중국은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라며 “한•미 동맹을 축(軸)으로 대북•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일 두 정상이 만나서 협의할 이유는 충분한데도 강제징용 문제만을 고집하면서 회담을 회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 번의 회담으로 극적인 진전을 바랄 순 없다”며 정치 리더가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를 두 나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애써 감추지 못한 표정관리를 요미우리신문은 ‘어색한 악수(ぎこちない握手)’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국은 외교문제에서 굉장히 계급적이고 천상천하(天上天下) 중국 위에 군림하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성난 파도와 같았던 200만 홍콩시민들의 시위에 홍콩인을 외면한 케리 람(Carrie Lam)행정장관을 중국정부가 변함없는 지지를 밝혔지만, 로이터통신은 조기 퇴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의 중국원칙’ 등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지만, 최근 이러한 양국간의 암묵적(暗?的)인 합의마저도 깨진 것이나 다름 아닌성싶다. 역사 속에 명멸(明滅)해간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대목이다. 


 미•중 두 정상의 ‘오사카 담판’에는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됐다. 세계 경제 1ㆍ2위국의 무역 갈등이 수위를 높여가며 세계 경제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추가 관세부과를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지만, 양국의 협상이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이번 합의는 기존에 부과된 관세 등을 유지한 채 잠정 휴전에 들어간 것인 만큼 불확실성은 합의에 이르더라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9∼30일 방한(訪韓)했다. 3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남•북이 대치(對峙)중인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상은 강하다고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놈이다”는 역설적인 말도 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선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할 수 없는 줄 안다.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안부를 묻는 이벤트성 깜짝쇼도 좋지만, 그 무엇을 하더라도 오천만 한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야겠다. 안보, 경제,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물론이고 자존감(自尊感)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뿐이 아니다. 시기와 명분이 갖춰졌다고 오판(誤判)한 쓸모 있는 바보가 되기보단,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올곧은 여정에 선한 결과를 맺는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오롯이 가져본다. 


 “실무협상을 통해 과연 4차 미•북 정상 회담이 가능할 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다만 “큰 문제이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주도로 차기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저러나 우리가 자유를 만끽하고 누리고픈 평화는 스스로 힘을 지녔을 때 가능함을 한시라도 망각해선 아니 될 일이다. 


 포도주나 위스키는 참나무桶(Oak barrel)에서 ‘숙성시킨 시간이 향(香)을 깊게 더해준 맛’이라고 한다. 포트럭(Potluck)은 냄비(Pot)와 행운(Luck)의 합성어로서 ‘운에 맡길 수밖에’라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오면가면 이웃사촌끼리의 모임에서 오사바사하게 담소(談笑)를 나누며 친목을 돈독히 다져가는 즐거움이었다는데,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미심쩍어진 마음은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고 탄식한 김상헌의 시조 한 수를 생각하게 된다.


 “미래는 항상 과거로부터 온다. 과거를 부정하면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둘 다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늙은이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속내를 가감(加減)도 없이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오도•마르크바르트 의 《늙어감에 대하여》 中에서]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9년 8월호)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