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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척직심(枉尺直尋)
namsukpark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황금 들녘이 텅 비었지만 농부들의 표정은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가득하다. 지난여름 밤낮없이 숨 막히던 무더위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인지 “달님이 둥글어지길 바라지 마시라! 또 이지러지리니…”하면서도 올가을은 여느 때보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매년 이맘때면 연어(?魚)의 귀소본능(歸巢本能)이 장관(壯觀)을 이루며 많은 사람들에게 돋보여주는 계절이기도하다. 민물에서 부화되고, 바다에서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산란장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旅程)에 겪어낼 험난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케 한다. 여울을 거슬러 헤엄쳐 오르고 높은 보(洑)를 뛰어넘으며 연어가 극복해야할 위험과 고통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헤아려본다. 삼라만상이 섭리겠지만 목적지까지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그나마 오죽이겠다. 지나가던 길을 잠시 멈춰서니 선선한 강바람이 등줄기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준다. 


 서당 개 3년이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읊을 줄 알았다는데 세상에 건드려선 안 될 상대와, 함부로 저지르지 않아야할 일이 있답니다. “낚시질은 하되 그물질은 삼갈 것이며, 곤히 잠든 새는 시위를 당기지 않아야한다.(釣而不網 ?不射宿)”는《논어》에 전하는 공자님 말씀이다. 누룩선생에 기울어진 술잔의 마음일지나, 한동안 소식이 뜸하더니 뭐가 그리도 바빴었는지 유명(幽明)을 달리한 또래친구의 부음(訃音)도 전해 듣는 우리들이다. 여름철 태양이 바다 한가운데 피워낸 젊음이 덥다 덥다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백두옹(白頭翁)이다. 


 제비는 몸집이 작아도 강남까지 단숨에 날아가고, 가을 전어대가리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 얻어들은 얘기 한 토막이 웃음 짓게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개구쟁이 소년은 이마를 긁적이며 “엄마는 미술가가 좋으세요, 아니면 음악가가 좋으셔요?” 지긋이 생각에 잠기시던 엄마께선 “그야 물론 둘 다 좋다만…. 그런데 왜?” 그러자 그는 자랑스럽게 통신표를 불쑥 내보여드렸는데 거기엔 <미술/가, 음악/가> 이렇게 적혀 있었다지요.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 그리고 삶의 방식과 지표가 있다. ‘작은 희생을 무릅쓰고 큰일을 이뤄냄’을 일러주는 ‘왕척직심(枉尺直尋)’은 “한 자(尺)를 굽혀서 한 심(尋)을 곧게 편다”는 뜻이 된다. 미•중 관세보복전이 무역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할 분수령으로 주목되고 있는가 하면 신냉전(新冷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산에 비가 쏟아지려는지 누각에 바람이 가득하다.(山雨欲來風滿樓)’ 중국이 “위협 아래에서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보다 더 강력한 선제유지(先制維持)를 고수하며 G2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누려가는 인류의 생활 패턴은 얘나 제나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본다. 크고 작은 전쟁의 서막이 ‘공존(共存)의 사실을 망각’한데서 발발했다면, 21세기 드론 전쟁은 ‘대(對)테러전’이다. 배타적인 국수주의(國粹主義)는 자기 나라의 역사, 문화, 국민성 같은 전통이 뛰어난 것으로 믿고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다른 국가나 민족을 배척하려는 경향이 다분(多分)하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일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대출 옥죄기로 가계 빚 증가속도를 낮추고, 주택보유자는 추가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정도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의 총량 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이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통화당국으로선 심각한 딜레마이기도 하겠지만, 고용과 투자 등 각종 지표 악화는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오늘의 실패를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갈는지, 아니면 크나큰 실패를 초래할 불씨로 그대로 남겨놓을는지….

“미소를 짓는 방법을 배우기 전까진 가게 문을 열지 말라”는 유대민족의 속담도 유념해 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할 때가 있다. 


 소주 한 병이 7잔인 이유를 듣자와, “둘이서 소주를 마실 때 3잔씩 마시면 1잔이 남아 1병 더 시키게 된다. 셋이서 소주를 마실 때 2잔씩 마시면 1잔밖에 안 남아서 1병을 더 시키고 넷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마시고 또 1잔씩 마시려고 하다보면, 1잔이 부족해서 1병을 더 시키게 된다. 다섯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을 마시면 2잔이 남아 1병을 더 시켰고 또 1잔씩 마시자니 4잔이 남아 1병을 더 시키게 되고 2잔씩 마시면 1잔이 남는다. 또 1병을 시키게 되고 딱1잔씩만 마시면 3잔이 남고 결국 또 1병을 여섯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마시면 1잔이 남는다. 1병을 더 시켜 1잔씩 마시면 2잔이 남는다. 결국 또 1병… 일곱이서 소주를 마실 때 1잔씩 먹고 취기가 오르지 않아 더 주문을 했다”니 고갤 끄덕였다.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위험을 벗어나려고 무진 애를 쓴다.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명현반응(瞑眩反應)은 치료가 이뤄지는 징후로 반응이 강할수록 치료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오늘은 어제 돌아가신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호언장담하는 거야 뉘라서 말릴 순 없겠지만,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건강은 건강할 때 다지며 지켜야겠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코헬렛 3장 1~4절)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18년 11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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