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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namsukpark

 

 
 10월이면 공기가 제법 차가워지는 시기이긴 하지만, 높디높은 푸른 하늘은 시인이 노래한 넓은 가슴일 테다. 절기가 바뀔 때마다 날씨가 바꿔지는 속도도 빨라지는 듯하다. 


 주경야독(晝耕夜讀)하던 옛날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은 ‘해(日) 아래서 글(文) 읽기 좋다’며 ‘민천(旻天)’이라고 했다지요. 얻어듣는 이야기도 재미와 감동이 쏠쏠한데, 경복궁에 백열등이 처음으로 켜졌던 때가 1887년(고종24년)이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지난 여름은 어찌나 덥던지 이런 날은 올 것 같지 않았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하늘 모습은 얼룩진 마음을 닦아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찾아든다. 찬이슬 맺히기 시작한다는 의미의 한로(寒露)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霜降)과 더불어 세시(歲時) 명절이 아니고 관습으로 계절에 맞춰 기후변화를 읽는 가을절기에 해당된다. 


 누더기 입혀 우뚝 세워놓은 허수아비 모습이 낭만적이긴 하다. 그나저나 요즈음 참새들이 모른척하며 속아주기나 할는지…. 


 활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공복감은 낮춰 준다며 한때 미국에선 ‘방탄(防彈)커피’ 붐이 일었다. 커피에 버터를 넣어 마시는 고열량 음료로, ‘총알도 막아낼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Bullet Proof Coffee)며 방탄커피로 불렸다. 


 티베트인들이 야크 버터 차(茶)를 마시며 체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개발했다는 방탄커피는 지방(脂肪)의 함량이 높아 에너지와 생산성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공복(空腹)에 마셔도 속이 쓰리지 않고 활력과 집중력을 불어넣어 주고, 식욕이 억제되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이요법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혼자의 힘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환경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경험적 사실이 집약된 말이다. 중국 괴이(怪異)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유래했다. 경마(競馬)에서도 비슷한 용어가 있는데 ‘마칠기삼(馬七騎三)’이 그것이다. 경마에서 말이 뛰는 데는 말 본래의 능력이 7할, 말을 모는 기수(騎手)의 능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니, 기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좋은 말(馬)을 만나야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일은 하나의 ‘도박’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운이 좋아 그렇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말하되 ‘기칠운삼(技七運三)’을 믿고 열심을 기울인다면 더욱 좋겠다. 


 하다못해 구멍가게라도 꾸준하여 나름 여유라도 있어 보이면 ‘운칠기삼’이라거나 .졸부(猝富)라고 폄하하는 건 못 먹을 감 찔러보는 비뚤어진 시기심의 다른 표현이 아닐는지. 주식시장에서 대박과 패가망신(敗家亡身)은 투자자가 항상 각오하고, 또 감수해야만 하는 대가(代價)일 것이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3에서 4%나 폭락한 미국발 쇼크에 개장 직후부터 한국 금융시장도 하루 기준 코스피가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크게 휘청거렸다. 일본, 홍콩 등 아시아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대외적(원인)으로는 미•중 무역 분쟁인데, 한국의 기술주를 포함해 IT 업체들이 반사이익보다는 우려감이 동시에 작용됐다고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경제의 전체적 거시 지표들이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미래 수익성에 대한 예측 역시 약화되고 있는 부진한 국내 경기상황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자산으로 갈아타는 양상”이라 한다. 국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사실상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몰아쳐도 헤쳐 나가는 저마다의 능력은 다르지만, 보다 중요하고 그나마 애써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건강이 아닐는지. 누구에게나 인생은 소중하고 오직 한 번뿐이니까요.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임진왜란 당시 승병(僧兵)을 일으켜 공을 세운 서산대사의 글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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