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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년(庚申年) 글강 외우듯
namsukpark

 

 “경신년(庚申年) 글강 외우듯 한다.” 저마다의 경우와 처지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른 어감(語感)이지만, 정치와 권력의 본질을 꿰뚫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이해하고 신뢰한다(understand and trust)”는 표현은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들의 입장은 알겠고 존중한다’는 뜻의 외교적인 수사(修辭)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여당의 독주로 처리됐다며 협치(協治)와 상생(相生)이 아닌 오만과 독단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제1야당의 주장이다. 총리인준은 이뤘다지만 대통령이 강조했던 야당과의 협치에 빛을 퇴색시켰다는 혹평이다. 국회의 인준(認准)상정에 반발한 나머지 퇴장하면서 반쪽 인준이 됐다는 자의적인 지적과 판단에서다. 


 정부가 정부조직을 18부•4처•17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민과의 약속이 공약(空約)이 되고 국정과제가 헛구호에 그치지 않았으면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가 잘못 심어진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혹시나’ 가 ‘역시나’되고,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자조(自嘲)섞인 빌미를 주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치권에서 관행으로 이어져온 것은 변함없는 공식(公式)과 다름이 아니다. 정부가 공약(公約)의 이행을 위해 노심초사하듯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책임감에 투철한 공복(公僕)이었으면 참 좋겠다. 


 스스럼없이 얻어듣고 당사자의 상황을 간파해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먼 산 보듯이 에두르나 언중유골(言中有骨)인 경우가 적잖은 때문이기도 하다. “망치가 힘이 없으면 못이 튀어나오는 법”이란다. 내일의 희망을 더불어 지닐 수 있었으면 오죽이련만, 이래저래 설상가상(雪上加霜) 어려움을 겪어가는 사람들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하니 말이다. 너나없이 모두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미래를 꿈꾸기 위해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가짐이 우리들에겐 절실하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ccord)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앞세워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파기하는데 서전(緖戰)을 장식한 셈이다. 지난 대선 때 미국의 ‘산업 르네상스’를 부르짖은 그의 ‘리쇼어링(Reshoring)’공약에 홀려 표를 몰아준 자동차, 석탄 산업 종사자들이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2005년 대비 26~28%감축에 반대한다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는 일종의 사기”라고 주장해온 그의 선택은 기존 산업과 에너지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것이라니 글쎄다. 


 지구촌 탄소배출량의 1/5을 차지하는 미국의 전임 오바마대통령은 2년 전 195개국과 뜻을 모아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을 주도했다.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발이 확실시되는 상황임에도 탈퇴를 공식선언한 이유로는, 트럼프 그 자신이 온실가스 규제에 사활적(死活的)인 이해가 달린 에너지ㆍ제조업ㆍ건설업 분야 기업들과 관계를 때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고, 러스트 벨트(The Rust Belt)의 지지를 얻어 반전(反轉)을 꾀하려는 계산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빙하가 더 빨리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이 심각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30억t의 온실가스가 더 배출될뿐더러 탈퇴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현실은 냉혹하지만, 조마조마하던 걱정거리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길 바랄뿐이다. 사람들은 역사의 궤적(軌跡)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아낼 줄도 알아야 하겠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없는 줄 안다. 하물며….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인 로랑 가로스(Roland Garos) 프랑스오픈에서 정 현 선수는 한국선수 최초로 3회전에 진출했다. 정 현(한국,67위) vs 니시코리 케이(일본,9위)의 32강 격돌을 앞두고 객관적으로 격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상대방선수의 부진이 뜻하지 않는 도움이 될 뻔도 했다. 언감생심 넘어서지 못할 장벽은 더군다나 아니었다. 


 기록은 경신(更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운칠삼기(運七三技) 아니면 운삼칠기(運三七技) 아무렴 어떠하랴. 혼신을 기울여 승리를 바라는 국민적인 관심은 크지만 부담감은 내려놓아 주길 바란다.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고 격려는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요.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값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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