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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namsukpark

 

 햇빛 찬란한 영상(零上)의 날씨가 오랜만이다. 봄기운이 기지개를 켜는 듯싶지만 계절에 서열은 무시할 수 없는 자연법칙이다. 저만치 그늘진 곳엔 잔설이 아직도 남아있다. 걷기에 안성맞춤인 공원길을 쉬엄쉬엄 두어 시간을 걸었더니 후끈해진 머릿속은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가슴 속엔 시원~한 느낌이 찾아든다.

 고물가(高物價) 시대의 한 끼니 해법으로 ‘8.000원 뷔페, 고시촌 밥, 구내식당 찾아 발품’ 판다는 직장인들의 비애를 전하는 토막뉴스가 왠지 씁쓸하게 들려온다. ‘예나 제나 사람 사는 세상살이 별반 다르지 않는 게 아닌가.’고 유추해본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꾸준한 손님이었을 뿐 돈이 되는 고객이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국가 경영의 기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백성들은 안정적 생활이 이뤄져야 바른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가인상에는 뉘시랄 것도 없이 혈안이다. 도긴 개긴 “원자재 및 물류비 등 제반(諸般)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 폭을 최소화했고 앞으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다.

  그러나저러나, 말하는 사람의 성격은 얼굴에 나타나게 마련이고, 솥뚜껑을 보고 놀란 가슴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뵌다. 우리 몸의 상처는 백혈구(白血球)가 치료에 나서고 혈소판(血小板)이 딱지를 만들어준다.

 전화(戰禍)에 휩쓸려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의 운명 앞에 ‘한마음 한뜻을 지닌’ 국민들이라면 위태로움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데 크나큰 힘을 발휘해 나아갈 것이다. “75세가 넘으면 스스로 알아서 죽어주길 바란다.”는 철딱서니 없는 말이 논란이 될 정도로 장수(長壽)가 재앙이 된 시대일지언정 풋감의 응어리진 즙(汁)이 입천장 곳곳에 달라붙는 떫은맛보다는, 영감이 떨어지면 생감도 떨어지는 세상인 줄이나 깨달았으면 오죽이겠다.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겪은 만년(晩年)의 두보(杜甫)가 그의 시(詩) <곡강(曲江)>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읊었다. 짐짓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 줄 알지만, ‘용건(用件)없는 안부전화’는 언감생심일 세상을 어이 탓할 일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에겐 아주 오래전부터 굳게 형성된 불신(不信)의 장벽 하나쯤은 있다.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아첨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는 물론이다. 권력과 세력은 십년도 지탱하기 힘들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빗대어도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권모술수를 능력으로 착각하는 줄 아는지 모른지 전철(前轍)을 밟으며 집착에 가까우리만치 주저하질 않으니 C'est la vie!

 바둑은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361개 지점에 흑(黑)돌과 백(白)돌을 번갈아가며 놓고서 승부(勝負)를 가린다. 바둑 ‘경우의 수’는 무려 10의 171제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무한대(無限大)에 가까운 숫자다. 이런 결과는 바둑을 경외(敬畏)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광활한 우주는 넓다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우주전체의 원자(原子) 개수는 10의 80제곱에 이른다고 하니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또 다른 의미에서 난공불락의 성(城)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연공서열식(年功序列式) 호봉제(號俸制)를 근간으로 하는 회사는 민간에서는 은행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금융권에서도 증권사, 보험사, 자산 운용사, 저축은행 등은 연봉제를 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인 은행만 호봉제다. 은행원들은 경쟁도 차등도 없고 월급은 매년 자동으로 똑같이 오른다.

 노조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구호로 호봉제를 지키겠다고 한다. 그럴듯한 말처럼 들리지만, 유독 은행만, 대졸 초임이 6000만원 안팎이고 평균 연봉 1억원을 넘긴 은행들만 그럴 이유가 있나. 희망퇴직을 하면 6억~7억원씩 쥐여주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곳에서만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한우사육농가는 소값 폭락으로 죽을 지경이라는데,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하다.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판매되는 한우(韓牛)값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쪽에선 가격폭락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선 여전히 비싸서 못 사 먹는 ‘이상야릇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한우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갸우뚱해진다.

 과학, 즉 ‘science’의 어원도 앎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인데, 이는 ‘나누고, 구분한다’는 의미의 ‘scindere’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무리생활을 하는 영장류(靈長類)는 일반 포유류보다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이 두 배가량 더 높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문명화’ 이후로 약 10~20배나 폭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농경지를 확보하려는 ‘소유권’, 서로의 사고(思考)를 확산하는 언어의 발명으로 인한 문명의 탄생이 인간의 폭력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정착 생활을 하고 거대 사회를 이루면서 여러 집단을 만들었고, 각 집단의 마찰이 두드러지자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강화해 자신을 방어하게 됐다는 것이다.

“傍人不識歲寒松 憐殺深山大雪封 待得化爲東海水 靑天白日睡蒼龍” - ‘주위 사람들은 세한(歲寒)의 소나무를 알지 못하고 / 깊은 산이 큰 눈으로 막혀버림을 몹시 안타까워하네. / 눈이 녹아 동해의 물이 되기를 기다려 / 맑은 하늘에 밝은 해 비칠 제 푸른 용이 잠을 자네.’ - [범정(范?)/元, <제송설도(題松雪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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