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02 전체: 520,134 )
낼모레가 입춘(立春)
namsukpark

 

 24절기에서 낼모레가 입춘(立春)이다. 머리를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게 우리네 마음이다. 삶이란 야누스(Janus)처럼 양면성(兩面性)을 지니고 있어 언젠가 우리가 원하지 않은 얼굴을 내밀는지 모르지만, 봄이라서 좋았고 여름이어서 좋던 시절이면 오죽이겠다. 역경(逆境)을 딛고 이겨낼 희망을 찾아 세상살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니 건강하고 현명하게 엮어낼 일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물론 한국은행도 심각한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자 필수소비재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공식품 시장에선 2등 제품 점유율이 1%포인트 오르고 내리는 것도 엄청난 변화”라며 “아직은 격차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식 물가가 오르자 대형마트 델리(즉석조리) 코너는 인근 직장인들로 점심시간마다 북적대고 있다는 뉴스가 불황형(不況型) 소비의 한 단면을 말해준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즈음이면 한 번은 추위가 더 있다고 한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場)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어 먹을 수 있었다는 춘궁기(春窮期)에 뒤주바닥 긁히는 소리가 들릴라치면 식솔(食率)을 배불리 먹이고 싶으신 부모마음이 그 얼마나 애타고 고단 하셨을까. 처서(處暑)가 지나면 소나무 아래 무성하던 덤불이 훤해졌다고 책력(冊曆)에서 일러준다.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이고, 처섯비는 사방(四方) 십리(十里)에 천석(千石)을 까먹었다고들 하는가보다.

 까치가 둥지를 튼 나무는 베어버리는 게 아니라 한다. 뭐든 밉다가 곱다가도 하는 짓이라고 하지만 밉다고 싹둑 없애버릴라치면 세상에 뭐가 남아있을까?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두루 살펴가며 해야 하겠다. 낫이나 톱을 들었다고 멀쩡하게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대면 나무가 앙갚음을 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함부로덤부로 땅을 파헤치면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부질없이 시답잖고 시시콜콜한 말은 있어도 하릴없고 쓸모없는 사람은 없단다. 나뭇가지를 살펴볼라치면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가지는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쓰임을 받는다. 나무도 큰 것이 있고 작은 것도 있는 것이나, 여문 것이나 무른 것이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는 거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오순도순 웃음소리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 개씩이라도 입은 하나라서 욕심부려봐야 떠나갈 땐 호주머니도 없어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이래저래 너나없이 비단옷만 입을라치면 힘든 농사는 누가 짓고, 허드렛일은 누가 나서서 말끔히 해치우나? 치우는 사람 따로,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는가하면 말 잘하는 사람이 있고 놀고먹는 궁리에 골몰하는 허풍선이도 없진 아니하지마는 상부상조(相扶相助)해가는 시민사회다. 귀찮다면 끓는 물에 라면 넣고 계란 탁으로 후루룩 해결해도 되지만, 음식은 정성을 들이면 들인 만큼 맛이 좋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자의 조언이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잘 살펴가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다니시길 바라지만, 새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오르고 싶어도 개(狗)는 더워도 털 없인 못 살고, 뱀(蛇)이 춥다한들 옷 입고는 못 사는 격이다. 사람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면, 아기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기만 또 됐구나싶다. 세상에 땅 짚고 헤엄을 치는 일이 어디에 있나? 하다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히고 그러하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것이지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사흘은 춥고 나흘간 미세먼지에 뒤덮인다는 ‘삼한사미(三寒四微)’ 날씨가 반복하는 가운데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농도는 심각한 독성을 가진 발암물질이 범벅이라 한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일으키는 염증 반응이 심혈관질환 유병율(有病率)을 높이고 잠재적으로 종양(腫瘍) 발생률도 키우며 폐암과 폐질환 등 호흡기질환을 중심으로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도 유발(誘發)시키기도 한다. 대외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에 소중하지 않은 해외 시장은 없다. 서로를 겨냥하면서도 실리(實利)를 챙기는데 여념(餘念)이 없는 상황에서 실리를 위한 줄타기는 불가피해지고 꺾이지 않는 열정(熱情) 모두가 중요하다 하겠다.

 공손룡(公孫龍)의 ‘백마비마(白馬非馬)’의 요지(要旨)인즉슨, ‘백(白)은 색(色)을 가리키는 개념이고 말(馬)은 형태를 가리키는 개념이므로 백마(白馬)는 말이 아니라는 궤변(詭辯)인 것이다.’ 기존의 사유(思惟)를 파괴하는 논리를 구사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실생활과 유리(遊離)된 언어의 유희(遊戱)는 역사에서 사라진지 벌써다. 억지논리에선 마음의 여유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자칫 착각할라치면 투자라고 여길 수 있는 세상이다. 미심쩍은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따뜻한 겨울날씨는 봄꽃 개화(開花) 시기도 앞당긴다지만, 미래가 뻔히 보임에도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이런 현상을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라는 용어로서 설명한다. ‘검은 코끼리’는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높아 그 파장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 자체를 애써 무시하려든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탄소저감(炭素低減) 이슈가 대표적 경우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파멸적인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탄소저감에 대한 합의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큰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마음가짐이 흥부를, 생각이 놀부를 만든다.”고 합니다. 행여 검증되지 않은 식품이나 시술(施術)로 뜻하지 않은 후유증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인식(認識)이 빈약하면 ‘졸(卒)’ 신세를 면할 수 없음은 비가 갠 뒤의 달빛과 같다. 짐짓 피(避)할 수 없다면 준비하는 게 최선인 줄로 안다. 용궁(龍宮)에서도 침착했던 토끼의 지혜를 상기(想起)해가며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淸廉猶可聽 星星短髮不禁搔 昔如八駿走千里 今似九牛亡一毛/ 吟苦都忘年事老 寢?始悟早朝勞 箕山只在人間世 堯大如天未易逃”- ‘유창하고 맑은 담론은 들을만하고 /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 긁어도 그만 / 예전엔 여덟 필(匹)의 말이 천리를 달리는 듯하더니 / 오늘은 아홉 마리 소(牛) 중에서 터럭 하나 빠진 것 같네. / 고통으로 신음하며 한 해 농사형편 시들함은 모두 잊고 / 깊이 잠들어 이른 아침 고단함을 비로소 깨닫네. / 기산(箕山)은 다만 인간 세상에 있거니 / 요(堯)임금의 사직(社稷)은 하늘같아 쉽게 달아나지 못하네.’ - [유극장(劉克莊)/南宋, <병기십수(病起十首)>其四]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3년 2월호)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