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sungmo
서울장신대 전 총장/서울 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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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munsungmo

 
맨드라미

 

 


산중에 내가 있고
맨드라미 하나가 내 손에 있다

 

외계인이 기르는 닭의 벼슬처럼
요상하고 낯선 처음 보는 맨드라미의
자줏빛 붉은 색이 나를 끈다

 

오래 전에 마음에서 빼어
땅 속에 묻어 버린
슬픔과 한 맺힘이
붉음이 되어
내 눈을 치어다보고 있다

 

심연深淵  깊은 곳에 두고
기억하지 않기로 한
아픔과 고통이
어느새 땅 속을 헤집고 나와
진붉은 꽃으로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아니 
맨드라미는 꽃이 아니다
맨몸이 뒤틀리고
속살이 일그러지고
아픔이 찌그러들어
핏빛이 되어 공기 속에 바랜
형언할 수 없는 고뇌의 깊음을 가진
붉음이다.

 

너를 안아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다시 넣어두고 싶다

 

이 산 중에는 너와 나밖에는 없다
너의 피눈물 자국 같은 붉음과
고뇌가 말라 아그러진 듯한 모습의
의미를 아는 사람도
나 밖에는 없다

 

아! 아!
삶이 고통인 것을!
혼자 삭혀야 할 피눈물인 것을!

 

빼 내어 본들 무엇하고
가슴에 묻어 둔들 잊혀지랴

 

고통아!
붉음아!
너를 내 심장으로 삼고
너를 사랑하며 삶을 위로하리라!

 

산중에 내가 있고
맨드라미 하나가 내 손에 있다

 


- 대전 근교 어느 산자락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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