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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공덕을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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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SNS로 오고 간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Wish for your new year to be full of good luck이 될 것이다. 관행적으로 사용해서 그렇지 영어로 옮기고 보면 행운에 집착하는 인상을 준다. 


Happy new year 는 행복한 새해가 되라는 말이다. 이 말은 당신의 기분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므로 복이 외부에서 찾아와서 좋아지길 바란다는 것보다 외부의 영향에 상관없이 행복이라는 감정이나 기분을 강조한 것이다. 


합격을 했다거나 취업하고 결혼을 했다거나 자녀를 얻었다거나 승진을 했다거나 수입이 늘었다거나 사회관계 속에서 타인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을 두고 복 받는다고 말한다. 


본인이 노력한 결과라기 보다는 행운이 따라서 외부가 선사한 것이니 수동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멍 때리고 있는데 걸려온 전화에서 "고객님 당첨되셨습니다" 이것이 복 받는다고 말할 때 어감이다. 


그 연장선에 신년인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기독교적 표현이다. "새해에도 부디 영육간에 항상 건강하시고 댁내 두루 주님의 은총 가운데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정에 넘치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은총은 주님이 나에게 내려주는 것이므로 복을 받으라는 것과 같은 수동적 개념이다. 나는 종교가 없고 평상시 법률스님의 말씀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 종교적 의미를 가진 인사라면 차라리 불교식 인사가 더 와닿을 수가 있다.


불자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인사한다. "새해에도 공덕을 많이 지으세요"


공덕이라는 단어가 불교냄새가 나서 선뜻 와닿지 않는다면 복으로 대체할 수 있다. "새해에도 복을 많이 지으세요" 이 말은 남들에게 좋은 일 많이 해야 그 보답으로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인과응보의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지인들과 새해 인사할 때, 내년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납득 안 되는 일에 비난부터 하지 말고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번 더 생각하고, 딱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잘되도록 도와주고, 칭찬 받기보다는 남들을 더 칭찬해주고, 공치사를 남에게 돌리고, 자기 손톱 갈라진 것보다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타인의 고통을 더 애달파하고, 다른 사람 추운데 밖에 심부름 보내지 말고 내가 나가고, 자기 공과를 자랑하기 보다 남들이 잘 한 일들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남보다 내가 잘났다기 보다 남보고 내가 배울 점을 더 찾아보고, 재수없는 일은 나보다 남들에게 더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불교에서 말하는 "공덕을 지으라"는 의미다. 


"새해에도 공덕을 많이 지으세요" 라는 말은 능동적이다. 내가 행위를 해야 그 결과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지 원인 제공 없이 결과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말이 아니다. 


새해에 다짐해본다. 나보다 남들이 잘되는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해보자.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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