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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부하가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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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가 나빠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부부가 각자 감당해나가야 하는 삶의 과제가 평상시 용량을 크게 넘쳐날 때이다. 컵에 물을 넘치게 부으면 종국에 컵이 쓰러진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고단한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부부각자 자기 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


IMF로 가정경제가 파탄이 날 때 많은 부부들이 다투고 이혼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 부부지 왜 경제적 위기에 부부다툼을 하는가라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결혼식 주례 앞에서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우리는 힘을 합쳐 극복해낼 것이라는 힐러리 클린턴의 눈빛으로 다짐하지만, 그것은 관념에 불과하고 막상 상황이 악화되면 부부의지는 약화된다. 이것은 고3생이 시험부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과 같다. 사람은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한도치가 있다. 


10년 넘게 가정주부로 일하다가 남편의 실직으로 식당 주방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을 때, 시아버지 중풍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퇴근 후 뒷바라지까지 겹치게 되었을 때, 처음 반년은 버티지만, 일년을 넘어서게 되면서 부부간의 다툼은 위험선을 넘어서게 된다.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은 그 사람을 구속하지 못한다. 연애나 신혼시절에는 나름 상대를 배려하고 도와주었지만, 지금은 건성으로 듣고,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는 상대를 보면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상대에 대한 잔소리와 불평의 원인이 될 뿐이지 부부개과천선의 기회가 되지 못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사람을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컴퓨터의 메모리가 과부하가 걸려서 화면이 정지된 것과 같다. 용량을 증가시키거나 아니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강제로 죽여서 부하를 떨어뜨려야 제 속도로 돌아간다. 사람마다 4기가, 8기가, 16기가 용량이 다르다. 


원래 갈비집에서 주방 일을 10년 하던 사람이 캐나다 와서 일식집에서 1년 일하고 나서 아이고 나 죽겠다 하지는 않는다. 국정원에서 국제 첩보 요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캐나다 와서 각종 고지서, 애들 학교서류 처리하는 일로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는다. 자신이 살았던 삶은 자신의 용량을 결정한다. 


나름 중산층으로 하루 노동시간이 6시간을 초과하지 않고, 동네 사람들과 저녁 먹고 2시간 정도 담소하고 운동하면서 살던 사람이 캐나다 와서 갑자기 낮에는 식당, 저녁에는 우버운전사로 투잡을 뛰게 되면 당연히 우울, 걱정, 불안, 자괴감 등이 쌓인다. 


따라서 영주권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생을 감수할 수 있어, 라는 각오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 제대로 된 직장에 안정된 수입, 저녁 있는 삶을 가지기까지 고생해야 할 시간이 4년이 넘는다면 많은 선수들이 마라톤을 포기하고 중도 탈락할 수 있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의 경계선이 있다. 내 몸이 무너지는 것이 한 경계선이고 다른 하나는 부부관계의 균열이다. 무난하게 지내던 부부가 캐나다 와서 고생하면서 불안 불안한 삶을 가지다 보면, 서로 힘드니까 의존하게 되고, 위로 받고 싶어진다. 


이때,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그 정도 가지고 징징대냐, 식으로 말이 오고 가면, 이것은 상대의 인품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하게 그 사람의 용량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쉽게 해결하자면, 몇 가지 일들을 면제시켜주어야 한다. 일 마치고 와서 식사 준비하는 것을 면제해 주던지, 애들 숙제 봐주는 일을 대신해주던지, 아니면 집안 청소를 대충 건너 뛰던지.


금슬 좋은 부부는 인품이 원래 좋은 남녀가 만나서 이루어진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시간여유가 받쳐주어야 한다. 투잡을 뛰고 저임금을 받으면, 노동시간이 길어서 휴식시간이 부족해진다. 집안 일도 일이다. 이제 좀 자리에 앉아보자 하는 탄식을 할 정도로 하루 종일 바쁘게 지냈다면, 시간여유가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것이고, 당연히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된다. 


캐나다 초기 삶이 고달플 때, 서로 상대방의 인품을 비난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아… 저 사람의 용량이 작나 보다. 


먹는 거 대충 먹고, 애들 공부 대충 시키고, 좀 덜 쓰고 덜 벌고… 우리는 지금 100% 충분히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정도의 인내심과 그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부다. 


보다 능력이 있는 남편, 아내를 꿈꾸지 말고, 딴에 노력하는 안쓰러운 고3생으로 봐주고, 각종 집안 일을 면제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원래 마라톤은 4시간이 걸린다. 2시간만 뛰면 결승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상상한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캐나다 가서 영주권도 없고, 변변한 수입도 없는 상태로 아이들 데리고 버티는 것은 원래 살던 한국보다 처지가 힘들다. 4년도 채 안 돼서, 내가 뭐 하러 캐나다까지 와서 개고생을 하는 거야. 하면서 광화문 뉴욕제과 팥빙수를 상상하는 것은… 그저 나의 조바심, 조급함, 나약한 의지의 발로에 불과하다. 


힘들어도, 부부니까 버틸 수 있다. 캐나다 유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장기전이라는 각오를 하고, 묵직하게 시작하면 다소 고생이 되더라도 서로 침착하게 버틸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여유'라고 한다. 


항상 컴퓨터 메모리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없으면 제 속도가 안 난다. 따라서 하루 100%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살면 병이 생긴다. 80%로 살면 이따금 사건이 터져도 감당할 능력이 있다. 100%가 평상시 소진이라면, 조그마한 사건에도 멘붕이 오고, 뚜껑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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