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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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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동강변의 스카이라인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덩달아 오늘의 평양을 호출해 본다. 23년 전 광복5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시선을 놀라게 한 것은 생소한 건축양식들이었다. 건물들만 봐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느낄 정도였다. 
북한 쪽 건물들은 소련과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건물들이 필요 이상의 재료를 쓴 것처럼 무겁고 투박했다. 어떤 것들은 북경에서 보던 건물들을 그대로 옮겨 놓지 않았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자연히 남한의 건물들은 일본이나 미국의 건물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은 그러니까 건축에서도 서로 다른 진영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호출해 보니 그림이 바뀌어 있었다. 건물들이 더 이상 진영논리에 묶여 있지 않음이 실감된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투박한 혹은 너무 장중한 건축 스타일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대신 서방세계의 산뜻한 디자인과 색상들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동강변의 여명거리에 새로 건설된 건물들은 먼저 밑그림을 그린 다음 개별 건물들이 전체 그림의 조화를 완성시키는 단계를 밟은 것처럼 보인다. 그림 전체가 주는 미적 효과의 조화 때문에 시선이 다채로워진다. 그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니 북한붕괴론 이니 하는 악재를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도 부분적으로나마 발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으니 경이로운 일이다.


23년 전 만났던 안내원의 얼굴이 떠 오른다. 이름도 잊었지만 그의 친절은 잊히지 않는다. 그때 나는 토론토 사는 지인의 부탁으로 미화 수백 불을 그의 형에게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그의 형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전쟁 중 북한편에 서게 된 사람이었다. 돈을 전달할 경우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자세히는 몰라도 일부만 본인에게 전달되고 일정기간 돈이 은행에 예치된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그 안내원의 친절은 달랐다. 얘기를 듣더니 다음 날인가 본인이 직접 호텔로 나와 돈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지 않는가. 그는 금강산 그림 한 점도 선물했다. 화선지에 먹물로 그린 소품이었다. 대가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의 미소는 부드럽기만 했다. 


모처럼 조국을 방문한 해외동포에게 조용히 인심을 베푸는 그런 배려였다. 그런 사람들의 인정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무리 남북의 대결이 공고하다 하더라도 같은 민족끼리는 어느 때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움터 올랐다.

대통령이 방문을 하고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사진이나 같이 찍자고 하는 건 아닐 게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건설은 이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다음 열린 과실들이었다.

전쟁의 방법이 아니라 평화의 방법으로 민족 상생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성취였다. 그러나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두 사업들을 폐쇄시킨 게 지난 정권들이다.

이제 과수원의 문이 다시 열렸으면 한다. 당장은 제재에 묶여 불가능한 현실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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