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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길’
leesangmook

 

 

자전거의 길

 

 

 

 

고향으로 돌아온 대통령은
밀짚모자를 쓰고 손녀를 뒤에 태운 채
논두렁길을 달린다
들판과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 속에 자전거는 하나의 정물(靜物)이 된다.

 

다운타운 바쁜 교차로 한 귀퉁이에
자전거 한 대 서 있다
특별히 흰 페인트로 칠해 놓았고
앞에 명패를 보니 타던 사람의
탄생과 사망의 날짜가 인각돼 있다
그날 큰 트럭이 와서 그를 덮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사람이 다니는 인도(人道)에서 밀려나고
차가 다니는 차도(車道)에서도 밀려나면
자전거는 하늘길을 달려야 한다는 말인가.

 

사람 다니는 인도(人道)에서도 밀려나고
차 다니는 차도(車道)에서도 밀려나면
자전거가 가야 할 길은
하늘길밖에 없단 말인가.

 

 
 


한달 정도 사이에 2대의 ‘Ghost Bicycle’을 보았다. Ghost Bicycle은 혼령자전거라고 해야 될 거 같은데 사고로 숨진 자전거 타는 사람을 기념하기 보다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다. ‘소녀상’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한다.
이전 칼럼에서도 이미 다룬바 있지만 토론토에서 보행자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1년 사망자 수가 캐나다 전체 총격 사망자수와 맞먹고 있다. 자전거는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기 전엔 별 문제가 없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만해도 남대문 근처만 복잡할 뿐이었다. 친구와 나는 자전거를 빌려 경인가도를 달렸다. 몇 군데를 빼놓고는 길가에 집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방학에 귀향하면 그 친구의 자전거를 끌고 눈에 덮인 시골 신작로를 무한정 달렸다. 뒷좌석이 없으니 한 사람이 달릴 때 다른 사람은 그 뒤를 쫓아 달리는 식이다. 더 이상 엔진의 과열을 피하기 위해 우린 초가집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20년 전엔가 갔더니 경인가도 양쪽으로 논들이 보이지 않았다. 풍경화는 사라지고 하늘길 마저 끊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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