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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1년
leesangmook

  

 

▲판문점선언 후의 남북 두 정상

 

 

 

”잃어버린 11년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이다. 지난 4월 27일 오전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한 말이다.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나, 왜 오기 이렇게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전제도 있었다.


11년이라는 시간은 제2차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를 말한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은 후 평양에 가 김정일위원장과 정상회담을가졌다.


그때도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하일라잇은 ‘서해평화지대 설치’였다.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을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 위에 ‘서해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무현(존칭 생략)의 제안이었다. 


NLL은 1953년 한국해군이 그 이상은 근접하지 못하도록 클라크 UN군 총사령관이 그어놓은 것이다. 연안수역 3해리를 주장한 UN과 12해리를 주장한 북한과 합의가 이뤄지자 않자 클라크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노무현은 NLL을 건드렸다가는 벌떼같은 반발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굳어진 만큼 그건 그대로 두고 대신 그 위로 ‘서해평화지대’의 청사진을 내보인 것이다. 해주를 개방해서 경제구역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에 대해 김정일(존칭생략)은 난색을 표했다.


“해주는 군사력이 개미 한 마리 들어가 배길 수 없는 곳”이라고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오전회담이 끝나고 군부와 협의를 한 김은 오후 회담에선 해주를 내주겠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연계되는 해주공단의 건설을 허용하겠다는 거였다. 개성이나 해주나 공단이 들어가면 군사대결은 그만큼 뒤로 물러서고 평화의 완충지대가 늘어나는 보너스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연평도와 백령도 어민들이 이번 제3차 정상회담에서 바라는 것도 NLL을 넘나드는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고기떼들이 몰리는 구역으로 안심하고 출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평화지대로 확정되면 남북의 해군들이 포격전을 벌일 일도 없게 되지 않는가.


합의를 해 놓고도 정작 걱정을 떨치지 못한 것은 김정일이었다. 남한의 야당과 언론 그리고 국민여론 특히 보수층이 받아들이겠느냐는 거였다.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총리회담도 열렸고 국방장관회담도 열렸다. 그 해 11월 14일 남북은 총리회담을 열어 ’10.4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 속엔 해주경제특구 건설의 청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한달 후쯤 대선이 있었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자 ’10.4 공동선언’은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경제대통령이라고 호언한 사람이 경제성 타당 조사는커녕 무조건 전임 대통령들의 흔적 지우기에 눈이 어두웠던 것이다.


그 이명박은 지금 구속이 돼 있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을 환희했던 국민들은 그가 검찰청에 불려 갈 때 어느 누구도 나와서 역성을 들지 않았다. 보수층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정죄했다. 햇볕정책을 한답시고 퍼주기를 해서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 퍼주기를 중단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기간은 어떠했나. 북한은 미사일 사거리를 한반도 일대를 벗어나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으로 늘렸고 원자탄을 수소탄으로 만들었다. 김정은이 말하는 ‘잃어버린 11년’의 성적표인 것이다.


회담에서 “어떤 합의와 글이 나와도 지난 시기처럼 이행되거나 발전되지 못하면 낙심될 수밖에 없다.”고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잃어버린 11년’이 왜 일어났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우려와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반복될 경우 그 후과가 얼마나 엄중하다는 것을 이번엔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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