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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차
leesangmook

 

 

전차 전용거리로 바뀐 King Street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보고
몇이서 맥주집에 들렸다
첫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가 있는 사이
주인공은 집에 와서
아내의 언니를 들어올렸다
아니 그 친구
어떻게 여자를 들어올리지
우리는 새삼 희끗해진 머리를 쳐다 보았다
자정도 지나
술집을 나서는데
바람 부는 거리에
그 전차 소리 끊기고
땅 위를 구르는 가랑잎 몇 개
도시의 불빛을 찾아 왔다가
우리도 언젠가 저 붉은 구름들처럼
바람에 등을 밀려 떠나야 하는가

 

 

 

토론토는 고전이 살아 있는 도시다. 아직도 전차가 거리를 누빈다. 다운타운엔 2백년 된 빅토리아 양식의 집들이 다닥다닥 배경이 돼 준다. 


토론토 최초의 한인 극단 ‘얼’이 창단된 것은 1982년의 일. 현재 운영 중인 ‘얼 TV’의 유래다. 그땐 순진했다. 무모했다. 정착도 힘겨운 판에 한눈들을 팔았으니 말이다. 극단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창단 5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올렸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고물 냉장고. 아마 남자 주인공 스탠리와 그 부인 스텔라의 거처, 그 궁상이었던 거 같다. 여주인공은 스텔라가 아니라 그녀의 언니 블랑쉬. 그녀는 전차 역무원에게 묻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야 하는데요. 그 다음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고, 여섯 정거장을 가면 낙원이라는 역에 내리게 되는가요?”


뉴올리언스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있었다고 한다. 그 전차는 빈민가가 종착역이었다. 토론토는 정반대다. 다운타운 황금지대를 누빈다. 지난주엔 위상이 더 높아졌다. KIng Street의 Bathurst Street과 Jarvis Street 사이 구간에는 전차만 다니게 한 것이다. 


이 구간의 전차 승객 수는 약 6만5천 명. 자동차 운전자는 약 2만 명. 그래서 자동차를 못 다니게 하고 전차만 다니게 한 것이다. 자동차로 잘못 들어갔다면 다음 골목에서 무조건 우회전해 빠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과 벌점 폭탄이다. 


전차와 자동차가 엉키면 지옥이다. 한 명의 자동차가 전차 앞에서 얼쩡거리면 전차를 탄 2백 명의 발이 묶인다. 자동차들을 치우는 이유다.


블랑쉬는 스탠리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의사에게 말한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저는 항상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아왔어요." 


서울에서 전차표 없이 전차를 탄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다. 수중에 동전 하나 없었다. 그때 보이지 않는 손이 전차표를 쥐어주지 않는가. 전차는 그만치 서민의 삶을 훈훈하게 해준다. King Street 전차에 “사람들이 왕이다(People are King).”라고 써 붙인 것은 한낱 장식이 아니다. ‘욕망’도 아니고 ‘묘지’는 더욱 아닌 ‘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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