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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위력
leesangmook

 
 

전사 후 돌아온 남편의 시신에 엎드려 우는 미망인(10월 17일)

 

 

“트럼프는 지난 주 57개의 거짓말을 해서 기록을 갱신했다.” 모니터를 열자 뜬 제목이다. 토론토스타의 톱기사로다. 취임 후 지금까지 그는 거의 하루에 3개꼴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렇게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가 뭘 몰라서가 아니다. 외려 그 반대다. 그는 거짓말의 위력을 아는 사람이다. 그것으로 자수성가했다. 부동산 제국을 건설했고 미국 대통령까지 됐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오바마가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한 그의 거짓말이다. 지난 2011년 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처음 그렇게 지껄였을 때 사람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조소만 보냈다. 그러나 그는 믿거나 말거나 기회만 있으면 반복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실없는 소리를 왜 지껄여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정계 진출의 신호탄이었음을 알게 됐다.


거짓말이 우리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연구가 이뤄졌다. 거짓말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 가도 연구대상이었다. 그 결과 거짓말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짓을 밝혀내려면 괜히 시간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일반대중은 따지지 않고 믿고 넘어가는 거에 길들여져 있다. 특히 거짓말이 통할 계층은 의식구조의 코드가 같기 때문에 말하기가 무섭게 묻지마 지지세력이 된다.


트럼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런 계층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런 계층에게 오바마가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말을 함으로써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에 의해 호놀룰루 병원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케냐에서 왔고 무슬림이었다. 따라서 무슬림을 혐오하는 계층에게 오바마 같은 대통령을 다시 뽑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질 수 있다.


실제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새벽같이 투표장에 줄 선 사람들은 그런 백인들이었다. 바로 트럼프가 겨냥했던 계층이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거짓말을 수정한 것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와 대결했던 작년 9월.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서다. 참전용사 행사에서 “오바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미 지지층 결집에 약발을 충분히 발휘한 뒤다. 


그러면서 힐러리에게 뒤집어씌웠다. 2008년 민주당 경선 때 그녀가 먼저 제기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난 주 트럼프는 다시 거짓말 후폭풍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전사한 흑인 남편의 시신을 맞으러 가는 미망인 때문이다. 육군 부사관 데이비드 존슨(25)은 니제르에서 이슬람 테러집단과 관련된 무장단체와 교전 중 전사했다. 미망인은 마이애미 공항을 향하는 리무진 속에서 트럼프의 위로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폰이어서 동승한 지역구 국회의원 프레데리카 윌슨에게도 들렸다.


“입대하면서 각오를 했을 테지만, 어쨌든 마음이 아프네요. (He knew what he was signing up for, but I guess it hurts anyway.)”


이것은 트럼프가 미망인에게 한 소리다. 옆에서 듣던 여성 국회의원이 노발대발했다. 이게 어디 대통령이란 작자가 할 소리냐는 것이다.


“사인했으니 죽어도 할말 없는 거 아니냐?”는 소리와 다를 게 뭐 있느냐는 거다. 그러자 트럼프는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고 거짓말했다. 그러자 미망인이 여성 국회의원 말이 맞는다고 나섰다. 이건 비극 중에 벌어진 희극이다. 


그는 원래 참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거짓말이 몸에 배인 그는 평소대로 거짓말을 둘러대 위로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모처럼 사실대로 말하다 보니 봉변을 불러온 것이다. 모르고 하는 참말이 알고 하는 거짓말 이상으로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앞으로 더 거짓말을 사랑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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