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73 전체: 145,951 )
캐나다 건국 150주년
leesangmook

 

 캐나다 국기를 처음 매달았다. 앞뜰 정원 제일 잘 보이는 곳에다. 캐나다 온 지가 얼마인가. 벌써 반세기가 아닌가. 깃발은 이념의 푯대 아니면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시인 유치환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왜 안하던 짓을 했나. 국기는 이념의 푯대에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될 때 비로소 국기가 되기 때문일까. 불꽃놀이도 빠트리지 않았다. 특별히 CN Tower에서 한다기에 기를 쓰고 간 것이다.


 건국 150주년이 어디 동네 애들 파티인가. 닭 소 보듯 해서야 스스로 품격을 구기는 일이 아닌가. 뭉그적거리는 아내를 일생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야 한다고 앞세웠다. 하지만 불꽃놀이는 별로였다. 차들의 홍수와 인파 속에 시달린 고생에 비해 함량미달이었다.

 

 

 


 새천년이 열리는 2000년 1월 1일 영시의 불꽃놀이는 얼마나 장관이었나. 이전의 불꽃놀이들과는 포맷 자체가 달랐다. 수직으로 서 있는 탑의 몸체 위아래로 여기저기 대포(발사장치)들이 설치됐던 모양이다. 천둥소리를 내며 거기서 불길들이 수평발사되기 시작했다. “방포하라.”는 이순신장군의 명령에 따라 판옥선 옆구리의 총통에서 포환이 터지는 격이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불꽃만 보다가 수평으로 뿜어내는 불꽃은 노량해전을 보는 것 같았다. 


 고막을 찢는 음악도 시끄러웠다. 괴기영화에나 맞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스릴러’였다. 새천년이 어디 매년 열리는가. 천년에 한번 열리는 것이고 인간의 수명으로는 아무나 볼 수 없지 않은가. 과연 CN Tower의 새천년 불꽃놀이는 이름값에 에누리가 없었다.


 헌데 건국 150주년인데 이게 뭔가. 하는 둥 마는 둥이 아닌가. 다만 탑 상층부의 회전식 전망대가 봉홧불처럼 보이게 한 시작장면은 멋있었다. 마치 올림픽 성화를 보는 듯했다.


 지난 6월 29일 트뤼도 수상은 PEI의 샬로테타운의 컨페더레이션 빌딩 안에 서 연설했다. 그 건물이야말로 캐나다 건국의 둥지다. 거기서 1864년 뉴브룬스윅, 노바스코셔, PEI 그리고 당시는 캐나다주로 불리던 4개 주가 모여 독립의 기초 작업을 벌였다.


 그 청원이 영국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진 게 1867년 3월. 빅토리아 여왕이 그럼 1867년 7월1일을 독립의 날로 정해라 하고 사인을 했다.


 그해부터 따져 올해가 건국 150주년이다. 트뤼도 수상은 자상했다. 우리는 지금 좋다고 파티를 하는데 한편에서는 얄밉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였다. 누구냐면 캐나다 원주민들이고 그들에게 캐나다가 지난 150년 동안 대접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럼 앞으로의 150년을 캐나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원주민과의 화해, 젊은 세대의 미래가 있는 사회, 환경의 질이 좋은 사회, 다양성의 캐나다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캐나다 국기는 어떤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1965년 OK 했으니 겨우 반세기를 넘은 셈이다. 흰 바탕의 붉은 단풍잎은 이념의 푯대와는 거리가 있어 친근하다. 국기와 불꽃 속에서 건국 150주년의 날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