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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한국영화제 -앙코르 영화 ‘하녀’
leesangmook

 

▲영화 ‘하녀’. 오른쪽부터 김진규, 엄앵란, 이은심

 

 

 토론토한국영화제가 곧 열린다. 7월 12일부터다. 토론토대학에 있는 극장 이니스 타운홀(Innis Town Hall)에서다. 총 16편의 작품들이 5일에 걸쳐 행진한다. 이 영화제의 문제라면 두 가지다. 주로 문제작들만 상영한다는 점이다.


 통통한 레인보우 숭어를 낚을 수 있는데도 낚시꾼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건 두 번째 문제다. 딱히 문제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하릴없는 사람들이 무슨 쓸데없는 문제꺼리를 만들고 있는지 괜히 알고 싶은 사람들도 세상엔 존재한다. 당신도 그런 소지가 있는 사람은 아닌가. 


 영화제는 과거의 문제작도 불러내고 현재의 문제작도 보여준다.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는 1960년 개봉됐다. 영화 ‘춘몽’은 작년에 개봉된 아직 따끈따끈한 영화다. ‘하녀’는 사라진 별들의 영화다. 주연의 김진규와 주증녀는 


타계한지 오래다. 아직 현역인 안성기가 8살짜리 아역을 맡는다.


 문제작이란 시간대도 가리지 않고 공간도 뛰어넘는다. 김소영 감독의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우리를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으로 이동시킨다. 20만 명의 러시아 한인들이 연해주에서 살다가 갑자기 화물차에 실려 중앙아시아의 사막에 버려졌다.


 스탈린 치하에서 벌어진 강제 이주다. 그런 참상을 들춰내서 득 될게 뭐 있겠나. 하지만 참상을 어떻게 견디어냈는지 그 생명력의 경이를 응시하는 것은 아드레날린을 펌핑한다. 


 긴 겨울을 웅크리고 있다가 피어나는 튤립꽃을 보면 왜 희열하는가. 좋은 영화는 타자의 간접체험이 그처럼 자신의 직접체험으로 다가온다.


 ‘하녀’의 소재는 ‘주인이 하녀와 살다가 살인사건이 났다.’는 신문의 기사 한 줄이다. 그게 2시간 가까이 영화의 픽션으로 가공된다. 간접체험의 상상 속으로 무한증식하는 것이다.


 거의 60여 년 전이라 스킨십의 표현도 의뭉스럽다. 키스 장면은 여자의 긴 머리로 가리고서 한다. 무한 노출보다 실은 그게 더 상상력을 유발하지만.


 부인이 친정에 가있는 동안 주인은 하녀에게 임신을 시킨다. 칼자루를 그녀의 손에 쥐어준 것. 이제 안주인이 하녀가 되고 하녀가 안주인이 되는 역전극이 벌어진다. 갈등구조는 그때부터 스릴러 지수를 높이기 시작한다. 한 침대에 누워있는 김진규(남편)와 주증녀(안주인)의 안방에 나타난 하녀가 남편을 위층에 있는 자기 침실로 강제구인 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4.19가 나던 당시는 총천연색 대스펙타클의 미국영화가 휩쓸었는데 흑백영화 ‘하녀’가 10만 관객을 동원했던 것은 기록적이다. 없어진 필름을 가까스로 찾아내 복원할 만큼 작품은 수준을 담보한다. 칸 영화제는 2008년 클래식 부문에서 이 영화를 앙코르 했다. 한국에서도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흘러간 명화를 보면 이미 고인이 된 흘러간 사람들의 능력이 이 시대를 부끄럽게 한다. 당시의 도덕적인 굴레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영화의 피날레는 반전이다. “여러분. 아셨죠? 남자가 하녀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된다는 것을...” 신문을 든 남편이 상상의 세계에서 걸어 나오면서 던지는 마지막 대사다. 


 12일의 개막작품으로는 한국최초의 게이 합창단 G 보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켄즈’가 상영된다. 작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 서는 최초로 관객상을 받았다. 지난 6월 개봉 1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다큐 ‘노무현입니다’도 캐나다 최초로 개봉된다.


 제6회 토론토 한국영화제에 여러분의 시선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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