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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畵家) 노인회장 박덕률씨
leesangmook

 

 



 “우리 민족이 사는 세계 방방곡곡이 곧 한반도입니다.” 노인회장 박덕률씨의 말이다. 지난 토요일(9월 10일) 워커톤 행사장에서다. 


 동포들이 살고 있는 토론토도 한반도일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식견이 없으면 무심코 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약 백 년 전 이승만, 안창호와 함께 북미의 3대 독립 운동가였던 박용만 선생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유명한 ‘무형국가론’이다.


 대한제국이 멸망하자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독립운동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일어났다. 영토가 없다고 해도 독립운동 주체가 주권행사를 하고 돈을 내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독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무형국가론’이었다. 미루어 상해임시정부도 일종의 ‘무형국가’였던 셈이다. 


 그런 시대는 가고 이젠 전 세계의 한민족이 그물처럼 연결되는 네트워킹 시대다. 그 보다는 거주하는 국가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 하면서도 고국의 좋은 문화는 굳이 저버릴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박덕률씨는 공대 건축과를 나왔다. 건축사가 되려면 입면도도 완성해야 하고 스케치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한때 항아리를 많이 그렸다. 항아리야말로 고국의 유구한 정서가 아닌가. 그 한 점이 토론토총영사관에 영구전시 돼 있다. 


 이번 워커톤 프로그램의 표지 그림도 그가 그렸다. 고려장의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절로 어머니 생각을 했을 것이다. 


 흥남철수 때 헤어진 게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었다. 캐나다에서 북한방문이 가능해졌을 때 찾아갔으나 한 달 전에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눈이 안 보이는 시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18세의 박덕률씨와 누나만 떠나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흥남부두에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가 노인회와 관련이 된 것은 건물검사인(Home Inspector)으로 일을 하게 된 때문이다.토론토에서 자기 소유 건물을 가진 한인단체가 몇이나 되나? 노인회가 자체회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포사회의 작지 않은 실물자산이 아닌가. 잘 관리하려면 박덕률씨 같은 사람의 능력과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간의 레노베이션 때문에 막대한 부채가 쌓였다. 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앞길이 염려스럽다. 


 4층 건물의 회관은 여러 크기의 공간을 대여해 줄 수 있다. 150석 규모의 대회의실은 미술전시회, 출판기념회 등 문화행사와 동창회 파티 등의 행사에 적합하다. 프로젝터, 대형 TV 모니터, 컴퓨터 등이 구비돼 있다.

50석 규모의 공간에서는 같은 설비에 냉장고며 스토브가 있어 가족잔치나 강습회 등에 안성마춤이다.


 노인회는 종합복지센터로 기능한다. 노인연금이나 노인아파트 신청 등 대정부 서류작성이며 통역서비스도 제공하고 개인 세무보고도 도와준다. 문화활동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박덕률 회장이 그린 순서지 표지그림 위에는 Renew(새롭게 하고), Refresh(생생하게 하고), Restart(다시 시작하자)는 세 구호가 보인다.


 집에만 있는 노인들을 한국에선 ‘방콕 대학생’이라고 부른다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은 물론 동포들에게 노인회가 재인식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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