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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고개를 넘자면...
leesangmook

 

 아리랑 시니어 센터가 태동한 지도 3 년여가 됐다. 이 사업을 추동하는 관계자들의 줄기찬 노력은 가히 쇠심줄에 가깝다. 노인들을 위한 사업이 꼭 신명나는 일이겠는가. 누군가 져야 할 십자가일 수도 있으니 쇠심줄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아리랑 시니어 센터’! 누군지 작명 하나는 기차게 한 거 같다. 아리랑은 한국을 상징하는 로고일 수도 있지만 가사는 고단한 인생의 탄식이 아닌가. 


 가사에는 아리랑 고개가 등장한다. 그 고개는 젊은 사람에겐 사랑의 고개일 수도 있지만 시니어들에겐 병고로 인한 절망의 고개가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十里)도 못가서 발병난다."라고 했을까. 무슨 사고를 칠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치매환자나 소변도 스스로 가리지 못하는 노인이라면 간병인이 십리(4000m)는커녕, 십 미터(10m)만 자리를 떠도 재앙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간병인의 입장은 어떤가. 오죽했으면 고개를 넘어 줄행랑을 치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겠는가.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그 스트레스가 연일 쌓이게 되면 누군들 쉽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간병인이 가족일 경우 잠깐이라도 누가 대신 맡아줌으로써 한 숨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후유! 하겠는가.

 


 고령화는 이제 지구촌의 숙명이 됐다. 토론토의 동포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갈수록 그 고개가 험준해지고 있다. 토론토 일대 65세 이상의 한인노인 인구는 약 1만2천 명으로 추산되고 당장 간병인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그간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어야 했다. 


 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단합도 잘 하는 중국인 커뮤니티에는 중국계 간병인이 토론토 일대에만 무려 1천5백 명이나 된다고 한다. 중국말로 소통하고 중국음식을 제공하며 자기네 시니어들을 맞춤형으로 돌보고 있는 중이다. 


 헌데 동포사회의 현주소는 아리랑 고개 몇을 넘어가도 닿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다. 아리랑 시니어 센터로서는 궁극적으로 그걸 목표로 하지만 우선 실적부터 쌓은 다음에라야 주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초동단계에 있다. 그래서 우선 시작하는 게 아리랑 시니어 ‘데이 프로그램’이다.


 ‘데이 프로그램’은 어린 아이들을 ‘데이 케어’에 맡기는 것처럼 간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낮시간 동안 맡아서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침 8 시 반서부터 오후 4시까지 맡아주게 되니 간병에 매달렸던 가족은 그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된다.


 그간 봉사자들의 쇠심줄 같은 노력의 결과 한인 시니어들만을 위한 ‘낮 시간 보호(시니어데이) 프로그램’이 9월 초서부터 문을 연다. 장소는 밀알교회 건물 안. 교회 위치는 404 하이웨이 바로 동쪽이고 Finch Ave. 북쪽이다.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훈련된 직원들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니어들의 개별적인 형편에 맞게 재활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운동도 시켜주고 간단한 게임들도 실시함으로써 사회성 회복과 정서적 안정도 증진시킨다. 위생과 청결을 위주로 하는 전문적인 돌봄으로 참가자들의 건강도 향상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시설로는 40명의 시니어들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등록을 하려면 가정의를 통해 추천서류를 작성, 제출하면 서류심사와 인터뷰 후에 결정된다. 전화 289-800-1302 로 문의하면 된다.


 한인사회 최초로 시작하는 시니어 데이프로그램의 출발을 환영한다. 이용하는 시니어들이나 가족들이 아리랑 고개를 손잡고 넘음으로써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날 거라는 원망의 소리가 없어졌으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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