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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과 헌법
leesangmook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대사다. 배우 송강호의 입을 통해서다. 영화는 2013년 말 개봉돼 몇 달 만에 관객 천만 이상을 돌파했다.


토론토에서도 상영됐고 투박한 얼굴이 펼치는 연기(演技)의 밀도는 뜨거웠다. 


 “알지요.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송강호의 이 대사는 증인석에 앉은 공안 경감이 “변호사란 사람이 국가가 뭔지 몰라?” 반문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장면을 조금 더 따라가면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을 했지요? 진실을 얘기하세요. 그게 진짜 애국이야.” 송강호가 소리치자 벌떡 일어난 경감은 “입 닥쳐. 이 빨갱이 새끼야.” 하며 맞고함을 지른다.


 이 장면은 스크린을 떠나 지금 서울의 현실세계에서 다시 부활한다. 지난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는 60만 명의 국민이 모여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친다. 같은 시각 서울역광장에선 2만 명의 국민(뜻이 다른)들이 ‘하야 반대’를 외친다. 공안 경감이 내뱉었던 대사도 단골 메뉴로 다시 등장한다. “빨갱이 몰아내자. 빨갱이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이런 몰지각한 구호는 한국의 민도를 반세기 이전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거 아닌가. 경찰은 60만 명의 빨갱이를 몰아내기 위해 2만 명의 박근혜 지지자들이 돌격할까 봐 차벽으로 차단했다고 한다.


 박근혜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가 무산된 건 그녀의 변호사 유영하씨의 입을 통해서다. “변론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헌법상 모든 사람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는 등 이유를 댔다.


 대면조사와 상관없이 박근혜가 법을 어긴 혐의는 이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넘었다. 시켜서 했다고 직속 비서관들이 불지 않았는가. 그들의 다이어리나 휴대전화 등의 기록은 이제 인멸이 어려운 증거가 됐다.


 검찰은 현재 구속 중인 피의자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그들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그 동안 피아를 가리지 않고 들고 나오는 게 ‘헌법’이다. ‘하야’를 주장하는 국민들이나 박근혜 지지자들도 마찬가지. 유 변호인 역시 헌법을 들이댄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 외에 불소추 특권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송강호의 반론은 어떤 것일까. 물론 머나먼 변방의 국외자인 내가 물어볼 길은 없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으로 그가 보여준 시각에 의해 나름 유추가 가능하다고 본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해서 임기가 남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하야’ 주장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말인가. 잠시 대통령의 직위가 갖는 성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대통령은 주식회사의 사장처럼 유한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내우외환까지 책임지는 무한책임의 존재다.


 헌법 제43조는 헌법을 수호하는 게 대통령의 책무임을 규정하고 있다. 국헌을 준수하겠다고 엄숙히 선서를 한 다음 직에 오른다. 그런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지 못해 피의자가 됐다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하야’를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지지율이 5%로 떨어지고 여당 내에서도 다수가 지지를 거둔 마당이다. 이렇게 되면 식물상태로서 국정수행에 막대한 피해만 끼칠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막장까지 가겠다면 변호인 송강호도 손을 들 수밖에 없겠다. 정치권에서 어쩔 수 없이 탄핵 카드를 꺼내는 것은 그래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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