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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eath
leesangmook

 

 

 장의사에서 시신을 씻고 방부처리를 하는 방부사(Embalmer)는 시신들 사이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의사, 간호사 역시 일상적으로 ‘죽음’을 대한다. ‘죽음’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죽음’이 어떻게 느껴지는 것일까. 혹시 ‘사물화’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처럼 겁을 먹지 않고 ‘죽음’을 쿨하게 대하진 않을까. 지난주에는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온타리오 주의 우드스탁에서 간호사 엘리자베스 웨트라우퍼가 요양원의 노인 8명을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판사가 “피고는 이유 없이 인슐린을 주입해 노인들을 죽였는가?”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습니다, 판사님”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 역시 ‘죽음’의 사물화 현상이라는 혐의를 둘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남의 생명에 손을 댄다는 건 일반인은 감히 상상도 못한다. 그걸 결행하는 사람들은 곧잘 신을 끌어들인다. 엘리자베스 역시 ‘신이 그녀에게 그 노인들을 죽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Dr. Death로 유명했던 의사 케보르키언(Kevorkian)도 같은 말을 했다. 2010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는 언제나 신의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면서요?”하고 묻자 “물론이지요. 자연적인 과정을 간섭하려 하니 신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거지요.”라고 대답했다.


 Dr. Death는 1990년서부터 8년간 자살을 원하는 130명의 사람들에게 그 소원을 풀 수 있게 해줬다. 미시간의 의사였던 그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3년 전 ‘자살 상담’이라는 광고를 디트로이트 신문에 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를 잊고 있었는데 이번 간호사 살인사건이 터져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탐문해 보니 6년 전 83세로 자연사했다는 것이다.


 자살을 원하는 사람이 그에게 편지를 보내면 “아, 그러세요? 약물 주입과 가스 흡입 두 가지가 있는데요.”라고 그는 친절하게 답장을 보냈다. 연후에 주문이 오면 ‘죽음’을 배달했다. 


 간호사 엘리자베스 역시 수요가 있으면 기꺼이 공급에 나섰다. 90세의 노파가 어느 날 “죽고 싶다.”라고 푸념하자 “그래, 죽여주마.”라고 속으로 말했다.


 63세밖에 안 된 환자에게도 그녀는 치사량의 인슐린을 주사했다. 가끔 죽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녀는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고 느꼈다. 인생을 전혀 즐기지 못하므로 그 환자의 차례가 왔다는 거였다.


 타임지에 났던 Dr. Death에 관한 기사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가 고안한 가스 흡입 기계의 그림도 있었는데 버튼을 누르면 일산화탄소 가스가 마스크를 통해 흘러들어가 사람을 죽게하는 장치였다.


 그는 그 장치를 ‘자비의 기계’라고 불렀다. 또 ‘자살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자살을 돕는 건 범죄에 가담하는 게 아니라는 소신이 그래서 싹트지 않았을까.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말기암이나 치매환자 등 가망 없는 불치병환자들이었다. 하지만 자발적인 안락사를 도운 게 2급 살인죄로 적용돼 1990년서부터 8년 복역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이 멀쩡한 정신으로 결정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죽을 권리 찾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케보르키언이 안락사에 대한 공론화의 물꼬를 튼 영웅이라고 기린다. 


 하지만 삶의 절망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두 사람의 행위는 구별된다. Dr. Death 는 본인에게 물어봐서 했고, 간호사 엘리자베스는 본인의 허락 없이 하나님에게만 물어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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