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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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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선원 입구


▲한마음선원 불상


▲해수관세음보살상(海水觀世音菩薩像)

 

 

 --한마음선원에서 49제가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동창회 웹사이트에 나온 공지사항이다. 절에서 드려지는 49제는 낯설다. 지인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해야 했다. 장소는 이전의 한인회관 건물. 에그링턴과 빅토리아 팍이 만나는 인근이다. 


 공지사항에서 ‘49제’라고 적은 것은 ‘제사’가 연루돼서일 게다. 헌데 그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49재’가 정답인데, 이건 한자로 ‘제사 제(祭)’ 대신 ‘재계할 재(齋)’를 사용하기 때문. 익숙한 4자성어로 ‘목욕재계’를 떠올리면 된다.


 ‘목욕재계’는 샤워처럼 금방 끝나는 목욕이 아니다. 몸 구석구석 덮인 때를 벗겨내자면 시간이 걸린다. 49재의 마지막 날인 이 날도 1시간 반 가량의 불공이 드려졌다. 망자의 쌓인 업을 벗겨내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모양 이다. 청각스님과 또 다른 스님이 번갈아서 염불과 독경을 이어갔다. 평소에 안하던 짓인 앉은뱅이로 앉아 있자니 발목이 죽을 맛이다. 


 7일 간격으로 49일간 재를 올리는 것은 생명체들이 죽으면 49일 만에 새로운 삶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란다.


 지금의 한인회관이 개관한 것은 1996년 11월 30일. 같은 해 봄에 한마음 선원이 바로 이 옛날 회관 건물을 인수했다. 임자가 선뜻 나설 수 없는 낡고 쓸모가 없는 건물이었다. 


 이번에 가서 상전벽해를 목격했다. 단순히 종교적인 사찰이 아니라 외람된 표현이지만 문화적인 자랑거리로 변신돼 있었다. 토론토엔 타민족에게 보여줄 한인들의 명소가 별로 없는 게 현실 아닌가. 불단 중앙에 좌정한 불상은 예술적인 풍모인데도 친근감을 준다. 금박이 아주 세련돼 그런가 보다. 


 건물 뒤 주차장 한쪽에는 해수관세음 보살상(海水觀世音菩薩像)이 우뚝 서 있다. 화강암 석재로 잘 조각해 놓은 이 역시 장인의 작품. 컨테이너 하나에 다 들어가는 크기인지 아니면 그 이상 인지 어림이 잘 가지 않는다.


 해수관세음보살상은 양양 낙산사가 유명하다.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높이 16m의 거대한 조각상. 7백톤의 화강암을 5년 동안 쪼아 만들었단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에게 자비를 베푼다. 또한 중생의 성품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여러 이름의 보살들이 있다. 그 중 해수관세음보살은 누구나 성심으로 기도하면 하나의 소원은 꼭 들어주신단다.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 때문에 해수관음상이 된 건데 토론토엔 바다 같은 온타리오 호수가 있으니 누가 시비하겠나. 


 88년 한인회관에서 쥐뿔만큼의 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다문화축제인 캐러밴 행사를 했던 장면들이 리플레이 된다. 개막식 날 회관 입구에 고삿상이 차려졌다. 개다리소반에 돼지 머리를 올려놓고 임원들이 차례로 큰절을 했다. 


 그 찰나 나타난 게 당시 노스욕 시장 멜 라스트먼. 정치인은 그런덴 빠지지 않는다. 나중 광역토론토 시장이 된 그는 현장 감각이 남달랐다. 돼지머리를 보자 갑자기 예를 갖추지 않는가. 마치 낙타가 사막에서 쭈그려 앉듯 무릎을 꺾고 큰 절을 하지 않는가. 그는 부모가 폴란드에서 온 유대인이다. 유대인에게 돼지는 혐오식품. 구약 레위기에 명기돼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겐 율법보다 막강한 게 유권자의 한 표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는 미래를 읽을 줄 알았다. 번뇌가 넘치는 속세에 청정도량이 들어설 것을 예측하고 주저없이 무릎을 꿇는 비전의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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