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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트릴리움’
leesangmook

 

 


 늙은이 부부 둘만 사는 뒤뜰에
 이 봄 피어나는 트릴리움
 다시 들여다보니 꽃잎이 세 쪽이다
 눈빛만 마주쳐도 환해지던 얼굴
   하늘 멀리 저 흰 구름 한 조각   

 

 

 위의 사진과 시는 근래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디카시(dica-poem)다. 디카시는 '디카'와 '시'의 합성어로 ‘디카’는 디지털 카메라를 가리킨다. 


 즉석에서 사진을 찍는 셀폰도 역시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가. 유의미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통상 5줄 이하의 짧은 시를 덧붙이는 게 ‘디카시’다. 점점 긴 글은 읽지 않는 세상이다. 대하소설이 자취를 감춘 지도 오래다.


 그렇다고 짧은 시가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차분하게 음미할 마음의 여유들 이 없어서일 게다. 최대한 말을 압축해 어떤 의미전달을 시도했던 게 시(詩)다. 


 하지만 자칫 15행 이상의 지루한 시들도 즐비하다. 그 폐단에 편승치 않으려면 디카시를 통해서 시의 단면을 접할 수 있다. 시행들을 줄인 것은 한국의 시조나 일본의 단가인 하이꾸와 유사하다. 


 둘 다 촌철살인의 교훈이나 특히 하이꾸의 경우 깊은 명상에서 우러나오는 은유가 미덕이다. 짧기 때문에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잘 소비될 수 있겠지만 그런 미덕의 뒷받침이 없으면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긴 어려울 게다.


 봄이 되면 가정집 정원이나 야외의 숲속에 트릴리움 꽃들이 피어난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숲속에서 무더기로 피는 꽃들은 긴 겨울을 인내한 보상이다.


 트릴리움은 온타리오주의 주화(州花)다. 꽃 이름처럼 세 쪽으로 된 꽃잎들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룬다. 얼핏 믿음, 소망, 사랑의 세 꽃잎들이라고 빗댈 수 있다. 


 늙은 부부가 조용히 살다 보니 문득 제3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부부의 사랑 못지않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던 친구의 우정. 지금은 멀리 있지만 트릴리움을 쳐다보면서 그 사랑의 소망 속으로 들어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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