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39 전체: 114,201 )
골프의 마력-고달픈 이민생활에 큰 활력소
leehyungin

 

 

▲본인이 올 7월 26일 서밋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한 후 받은 증표 

 

 

 

옆집의 친구 내외가 일터를 맡겨두고 골프채를 둘러매고 다니던 70년대 중반이었다. 골프의 ‘골’ 자도 모르던 그때, 아니 아예 “뭘 그런 걸 돈 버리며 하느냐?” 질책을 하듯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빈정거렸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친구의 표정은 “모르면 잠자코 있어야지, 쓸데없는 참견이냐”고 오히려 불쌍하다는 눈빛이기도 했다.


“이렇게 흥겹고 신나는 운동인데… 이 사람아, 세상 사는 맛이 나니 한번 해 보시게나” 


어느 날엔가, 골프 신발과 채를 준비해서 연습장엘 한번 가보자고 나를 조심스럽게 불러내었다. 역시 싫었다. 바쁘다고 핑계를 댈까! 그렇지만 친구와의 관계란 간혹 싫어도 받아들여야 든든하고 끈끈한 정으로 다져지는 게 아닐까! 못 이기는 척 하고 따라 나섰다.


대충 골프의 A B C를 가르쳐주면서 한번 휘둘러 보란다. 그 딱딱하지만 탁구공 같았던 것이 적당한 무게가 있어 때리면 신기한 매력이 있었다. 당연히 젖 먹던 힘까지 입을 악물고 후려쳐 댔다. 빗나간 공이 태반이었지만 더러는 창공을 나르는 모습이 신통하고 후련했다.


친구 왈, 소질이 다분하단다. 격려와 함께 이토록 맛깔스러운 것을 어찌 거절하느냐는 안타까움이 목소리에 배어났다. 오죽하면 답답한 레슨을 하려고 옆 친구를 연습장에 데려갔을까? 참 고맙고 빚을 많이 진 친구였음을 이 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


그렇게 배운 골프가 35년을 맞았다. 초원을 걷고 걸으며 세월이 득달같이 달려가는데도 "달려라 세월아, 나는 공만 보련다” 24시간 눈에 공만 어른거린다. 신기하게도 간밤의 피곤에 절은 모습이 확 사라지고, 골프 약속이 있는 아침이면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이다.


언제 피곤했던가. 무엇이 그리 바쁘던가. 다 잊어버리고 오직 초원을 향한 그리움이 전신을 휘감는다. 무슨 보약일까? 건강식품도 홍삼도 꿀단지도 없는데, 대관절 무슨 청량제가 이렇게도 효험이 있을까? 


생애 4번째 ‘홀인원’ 파티를 간밤에 성대하게 치렀다. 5백 멤버들 틈새에서 14명의 운 좋은 골퍼들이 이뤄낸 경사스런 잔치였다. 그 용사들을 위해 골프클럽의 연말 잔치에서 거창하게 파티를 열어주었다. 


 홀인원 기념패는 물론 가슴에 꽂아준 꽃송이는 축하의 디너파티를 한결 빛내주었다. 몇몇 회원의 홀인원 소감들이 발표됐다. “간밤에 꿈속에서 아내와 함께 하늘길을 산책했던 황홀한 꿈이 홀인원으로 다가왔다” “골프장에 서생하는 야생 터키가 골프백에 숨어 들더라”… 


 “몹시도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이라 후려쳤던 공이 방향을 잃었다. 함께 라운딩하던 이들과 그린 주변을 샅샅이 찾았다. 뱅글뱅글 그린 주변을 서성이다 가 고개 숙여 홀 속을 본 순간, 결국 깃대를 맞고 굴러들어간 공이 이변을 연출했다”고 나의 기쁨과 소감을 발표했다. 


 이날 2백여 회원들이 참석한 디너 파티는 연예인들의 멋들어진 공연과 함께 댄스파티까지 곁들여져 연중 최고의 잔치였다.


 골프는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감당키 어려운 순간들을 말끔히 씻어내는 보약이다. 부담스런 값비싼 곳만이 골프장은 아니다. 9홀만 걷는다 해도 심신의 피로를 달랠 수 있다. 고달픈 이민생활에 골프마져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까. (골프를 안 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