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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美人)의 단상
leed2017

 

 나는 KBS에서 20년 넘게 계속되는 인기 프로그램 <가요무대>를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요새 활동하고 있는 남녀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여명기부터 지금까지의 노래를 부르니 일종의 추억의 노래 시간인 셈이다. <가요무대>에 나오는 여(女)가수들 대부분이 한국의 여성 평균보다 더 곱게 생겼다 할까, 매력적이랄까 잘 생겼다 할까, 하여튼 이 <가요무대>를 통해서 나는 노래도 듣고 미인들 눈요기도 하는, 말하자면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시간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10, 20년 전 <가요무대>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들 중에는 성형수술로 더 예뻐진 사람도 있으나 얼른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못해진 사람도 있다. 가만 뒀어도 좋을 얼굴을 더 예뻐지려는 욕심 때문에 칼을 댔다가 도리어 손해를 본 것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성형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성형술이 없었던 그 옛날에는 미인은 하늘이 내리는 선물. 모두가 무공해, 자연산들이니 이들이 나오는 곳은 주로 당시의 강대국들이다. 천민계급에서 미인이 발견되는 경우는 곧바로 통치자에게 알려져 진상품으로 보내진다. 그러니 당시 역사가 깊고 강대국이던 중국에는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중국 역사에 남은 미인은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 이 넷이다. 그런데 이 네 사람 각각 자기 미모의 정도를 말해주는 별명이 하나씩 붙어있다. 서시에게는 강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물고기들이 그녀를 보다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려 강바닥에 가라앉았다는 뜻의 침어(沈魚), 왕소군에게는 그의 미모에 반해 기러기가 날개짓을 하는 것조차 잊어버려 땅에 떨어졌다는 의미의 낙안(落雁), 초선에게는 황홀한 아름다움에 달도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는 의미의 폐월(蔽月), 양귀비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워 궁정에 핀 꽃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의미의 수화(羞花)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이다. 물고기, 기러기, 달, 화초도 미인을 알아본다는 말에야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조류(魚鳥類)와 무생물의 미인 기준이 우리 인간과 꼭같다는 말이니 과장치고는 퍽 재미있고 귀여운 과장.


 아닌게 아니라 사람의 미(美)에 대한 기준은 이 지구상에 있는 여러 문화권 중에 놀라울 정도로 일치도가 높다는 것을 보고하는 연구가 많다. 그런데 중국에서 뽑은 무공해 미인들은 당시 시대상으로 봐서 얼굴 하나만 봤지 오늘처럼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 진화심리학에서 떠드는 WHR(waist-hip-ratio: WHR) 같은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항목은 완전히 무시됐다. 요즈음 물고기들은 얼굴은 미인이나 가슴과 허리가 '아니올시다'인 얼굴 미인을 보고 강바닥에 가라앉기는 커녕 고개를 내밀고 "성형외과에나 어서 다녀 오세요"라며 놀리고는 물속으로 쏙 들어가 버릴 것이다.


 미인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얼굴에 치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그러나 착한 마음이랄까, 온화한 기품 같은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은 제쳐두고 얼굴의 표피적(表皮的)인 아름다움에만 매달려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매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여성은 정직성, 책임감, 친절 같은 내면적 덕성에서도 공연히 점수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의 4대 미인도 얼굴의 아름다움에 이들 덕성도 휩싸여갔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화심리학을 따르면 여자는 천부적으로 자기의 DNA를 계승할 자식의 안녕과 복리를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남성에 매력을 더 느끼기 때문에 권력이 높거나 재정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 닉슨(R. Nixon)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H. Kissinger)라는 사람은 "권력은 궁극적인 성욕촉진제(power is ultimate aphrodisiac.)라고 했다. 얼추 맞는 말이다. 힘(power) 있는 자는 미인을 찾고, 미인은 힘 있는 자에게 끌리기 쉽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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