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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1999)
leed2017

 

 O형, 12지(支)란 자(子), 축(丑), 인(寅), 묘(卯)로 시작되는 60갑자의 아랫부분을 이루는 12개의 지지()를 말하는 것으로 세월의 바뀜을 구별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것입니다.


 그 12지(支)에 닭, 쥐, 뱀, 소 등의 그 해[年]를 상징하는 동물들과 짝을 지어놓고 그해에 태어난 사람들 성격이나 팔자까지 점칠 수 있는 '부수입'이 따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재미있는 생각이지요.


 올해는 기묘(己卯)년, 토끼해라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 하나가 토끼인 것을 보면 그 토끼가 얼마나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는 존재인가를 알 수 있지요.

 

 애당초 나는 토끼해라고 해서 "토끼야 토끼야 산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로 시작되는 강소천 작사 권길상 작곡 <토끼야>가 요사이 우리 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노래를 적을까 하다가 나와 인연을 맺은 지가 좀 더 오랜 이일래 님의 작사 작곡 <산토끼>를 적고 말았습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데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데를 가느냐

 

 

 지금 생각하니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학예회 때 토끼와 연관되는 연극을 한다고 무대 위에 올라갔던 일이 어슴푸레 생각납니다. 나는 주연급 배우역은 아니었으니 틀림없이 무대에 올라서서 말도 한 번 못하고 두리번두리번하다가 내려와야 하는 그런 말단 조역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O형, 이것도 내가 토끼와 맺은 인연이라면 인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환갑이 내일모레인 이 나이에도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고와지고 기분이 젊어지는 것 같은 것을 보면 세상살이에 시달린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그 착하디착한 어린 시절의 순정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나는 신년 붓글씨 꺼리를 가끔 동요에서 찾습니다.


 O형, 겨울에 토끼가 어려운 것처럼 요사이는 나라 안팎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경기(景氣)가 풀린다"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떠돈 지가 벌써 언제부터였지마는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의 말은 "아직 멀었다"고들 합니다.


 중국속담, "끝이 없는 파티는 없다"는 말은 곧 "끝이 없는 불경기도 없다"는 말이 아닐까요. 그러니 O형, 다음 8글자를 담은 옛말, 즉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괴로움이 다하면 기쁨이 온다(興盡悲來 苦盡甘來)"는말을 믿어 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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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저 장천(長天)에서 동아줄을 내려준 대도
이 강산 이 수심(愁心) 버리고 하늘에는 내사 안 갈래
풀피리 불자던 봄이 너 더불어 오지 않는가

 


 시조시인 정완영 님의 책에서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O형, 얼마 안 있으면 봄이 올 것이고 또 그러다보면 이 어려움도 봄 눈 녹듯 스르르 풀리는 날이 오겠지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199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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