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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여성
leed2017

 


 노벨상을 받게되는 영광스런 이름들이 신문에 소개되는 계절이다. 노벨상은 물리, 화학, 의학, 생리학, 평화, 문학, 경제 등 6개 부문에서 그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은 사람들에게 노벨의 제삿날인 12월 10일에 주는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많은 과학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노벨상은 동경 그 자체요, 꿈이요, 부러움이다.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수학자로, 젊었을 때는 이화여대에 잠시 있었고, 캐나다에 가서 40년 넘게 교단에 섰다가 은퇴한 C교수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왜 노벨상에 모든 학문의 왕이라 불리는 수학상이 없는가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재미 있었다. 즉 노벨이 젊었을 때 자기 애인을 어느 수학자에게 빼앗겼는데(나쁘다, 나뻐. 수학자들이여, 남의 애인을 가로채다니!)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수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말라는 유언 비슷한 부탁을 남겨서 그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와서 그렇다고 한다. 농담으로 한 말인가 생각되다가도 "그분이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어른이 아닌데" 하는 것을 생각하면 "큰일에도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벨상은 그렇고,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일간신문을 보니 자연과학 분야에서 2003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용을 당한 피인용 횟수(글이나 논문을 쓸 때 남의 것을 참조, 인용하는 횟수)가 5000 이상인 학자는 물리학에 190명인데 그중 4.7%가 노벨상을 받았고 화학은 170명으로 그 중에서 8.8%가 노벨상을 받았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현재 피인용 횟수가 5000에 도달한 학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것. 그러나 인용 횟수가 5000은 못 되더라도 1000을 넘는 과학자는 38명이 되는데 그 중 서울대학이 16명, 포항공대가 13명, 과학기술원이 9명이라 한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가 2000년 연합연감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유명인사 가운데 서울대 졸업생이 37.1%, 고대 졸업생이 8.3%, 연대 졸업생이 6.8%, 성균관대 졸업생이 3.47%, 한양대 졸업생이 2.4%라고 한다. 피인용 횟수가 많은 사람과 유명인사가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것을 보면 서울대학교를 없애버리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서울대학이 휩쓸고 있다.


 그런데 과학 분야에서 피인용 횟수가 1000을 넘는 과학자 38명과 국내 유명인사 대열에 오른 사람 가운데 여성은 얼마나 되는지, 남녀비율에 대한 정보는 없는 것이 유감이다. 짐작컨대 자연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물론, 유명인사 대열에 오른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을 것 같다. 학업성취나 능력 면에서 남녀간에 눈에 띄는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자연과학 분야로 전공을 택하는 것은 비교적 드문 것은 물론, 설사 그 분야로 전공을 택한다 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내가 몸담고 있는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있는 Y씨는 바로 이 궁금증, 즉 "과학의 길로 나서서 자기 전공분야에서 성공한 여성과학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물음에 답을 얻으려 하고 있다.


 전국 1900개 고등학교에서는 이때쯤이면 해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한다. 자연과학분야로 전공을 택하면 자기 자신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또 본인도 만족할 학생이 자연과학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택하여 고생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자신에게는 하나의 비극일 것이고, 자연과학 분야가 아닌 분야로 전공을 택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본인도 만족했을 학생이 자연과학분야로 뛰어드는 것도 자신에게는 하나의 비극일 것이다.


 아무튼 금년에는 여성들의 정치계 진출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앞으로 여성과학자의 장래도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자가 될 여성을 과학 분야로 안내하는 것은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일찍 시작해야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별 말이 없다가 대학갈 때가 되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미는 격으로 "참, 요새는 여자도 과학 분야에 많이 간다더라. 너도 그쪽으로 한 번 가 볼래?. " 하는 식의 권유는 어리석은 행동부문에 노벨상이 있다면 대상감이다. 초등학교 때, 아니 그전부터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없애고 능력 면에서 성별차이가 없다는 사회적 계몽의식과 나란히 갈 때 여성들을 위한 과학 분야의 문은 활짝 열리는 것이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여러 나라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한국보다 5~6배가 높은 것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남녀 능력은 같다고 한다. 과학분야가 남성만의 독무대가 된다면 인간 능력의 절반만이 과학분야에 활용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아, 이 얼마나 큰 인간 능력의 낭비인가? 능력을 최대한으로 계발하는 길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길은 물론 남녀평등을 이룩하는 길, 나라가 부강해지고 잘사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20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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