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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미덕
kwangchul

 

 "개천에서 용 난다"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이 매우 열악한 사람이 불가능해 보이는 업적을 이루어낸 경우 이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한다. 부모가 부유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금전적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부유층을 ‘금수저’라 칭한다면 반면 서민층 또는 저소득층을 뜻하는 ‘흙수저’가 있다.

 이 흙수저 출신이 소위 명문대에 갈수 있는 확률이 30% 미만이라고 한다.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교육수준과 수입 등이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면 "개천에서 용 난다"의 신화를 실화로 만든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엥겔지수는 경제학 용어로 총 가계비 지출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것으로 가계의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1857년 발견자인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의 이름을 따서 엥겔지수라 명명한다.

 그는 개별 가정의 소비행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정일수록 생계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정일수록 음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발견한다.

 당연히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게 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25% 이하면 소득의 최상위에 속한다. 한국은 2017년 11.6%였으며,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소폭 상승하여 13.3%가 된다. 아마도 팬데믹 기간 동안 음식비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보여주는 경제대국의 위용이다.

 

"보릿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몽블랑은 유럽~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누구도 그 곳에 뼈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굶으며 넘었다." <1965년, 황금찬(1918-2017)>

 

 이 작품에서 황금찬 시인의 보릿고개는 어떤 산의 고개가 아니었다. 우리민족이 넘어야만 했던 눈물의 고개였다. 1965년 그 시인이 활동하던 시기에도 대한민국엔 보릿고개가 있었다.

 ‘아나바다’ 운동이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약자이다. 1997년 IMF 때 정부의 주도로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민운동의 일환이었다. 언뜻 낭비와 소비가 쇄국의 길로 이어져 국민의 소비와 사치가 외환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오히려 건전한 국민의 소비는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그때의 외환위기는 경제개발기에 정부주도의 관치금융, 재벌체제 등이 오히려 IMF 위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대마불사'라는 유아독존적인 발상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계열사들을 마구 늘리게 하였다. 그러한 결과는 ‘한보’ 비리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정부와 기업간의 ‘정경유착’의 불합리한 대출이나 투자를 유발케 했다.

 그와 같은 재벌들의 무리한 투자에 불안을 느낀 외국 금융사들이 자금을 급히 회수하고 외환 보유액이 20억 달러 밖에 남지 않아 생긴 국가부도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무능한 정부와 탐욕스런 기업인들 사이에서 현명한 쪽은 국민들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장롱을 열어 금 목걸이, 금 팔찌 등 귀금속을 아낌없이 헌납하였다. 한국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이다. 그 당시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하였어야 했다.

 ‘아나바다’ 운동은 언제나 권장할만한 운동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소비자가 기존제품을 버리고 계속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자신이 만든 상품을 자신이 벌어들인 자금으로 활발한 구매를 할 때에만 활성화되는 제도이다. 그래서 케인즈는 소비가 미덕이라고 말하였나 보다.

 당연히 소비가 없는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축적된 에너지가 소비되어야 하는 것처럼 이익으로 얻어진 자본도 소모되어야만 한다. 물론 소비가 더 중요하더라도 사치 일변도의 낭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낭비와 사치 속에 ‘아나바다’ 정신이 밑바닥에 있는 건전한 소비사회가 공존하는 것이 내가 여행 중에 본 대한민국의 현주소였다. 소비를 하되 어떤 방향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선택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한다는 것을!

 (고국 방문 후, 2022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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