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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kwangchul

 

1974년 3월초 김포공항의 이른봄 날씨는 차가웠다. 비록 미래로 향해가는 길이라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달랑 오백불이 당겨 있는 내 돈 지갑처럼 썰렁하였다.

그 당시 외국에 나가는 국내인이 소지할 수 있는 돈은 미화 오백불로 제한되어 있었다. 어차피 그 이상의 현찰을 소지하지 못할 바에는 국가가 정해준 그 한도액은 오히려 나에겐 위안이 되었다.

같은 해 7월초 수도경비사 소속 일병 홍수환은 남아프리카에 세계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 쟁탈을 위해 김포공항을 떠나고 있었다. 6번을 갈아타는 35시간의 긴 여정이었다. 비디오가 없던 시절 상대방의 전력을 전혀 모르는 현실이었으나 질 수가 없는 경기였다. 아니 패배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승리만을 향한 헝그리 정신만 있었다. 그리고 그는 챔피언 벨트로 증명하였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민국 만세다"

2년 후 1976년 세계역사를 바꾸는 대형사고가 미국 서부에서 터지게 된다. 스티브 잡스(1955-2011)의 매킨토시 애플의 탄생이다. 구글(Google)의 출현 전 근대적 의미의 대형 백과사전에는 장례식을 예고하는 음울한 조가의 조짐이었다.

사람은 죽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생사여일"을 꾸준히 역설하며 죽음 앞에 당당한 삶을 강조한 철학자가 있다. 독일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다.

“과거의 영향으로 현재가 있게 되며 그 현재에 의해 미래기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는 동시적 상호 관계에 있다" 심오하게도 들리고 별거 아니게도 여겨지는 문구이다. 본래 하이데거 철학이 그렇다.

2천여 년 전 그리스에 "에피쿠로스"(BC342-BC271)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선은 인간에 행복을 주는 것이고 악은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하였다. 그런데 모든 인간은 죽는다. 죽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살고 있다는 것이고 죽음이 왔을 때는 우리에겐 이미 삶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 최대의 행복을 추구하라 하였다. 그러나 단서를 달았다. 육체적인 쾌락보다는 정신적 만족을 얻는 게 진정한 쾌락이라 하였다. 치밀한 사람이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오늘이 나의 삶에 마지막 날이라는 모토로 최선을 다해라" 2천년 벽을 뛰어넘는 그 두 철학자 생각의 공통분수이다.

그 좌우명을 생활의 지표로 삼았던 17세의 사내아이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기구한 사나이였다. 미혼모인 생모가 선정한 부부가 딸을 원해 그 바통이 현 양부모에게 전달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양아들로 가게 된다. 그런 모든 시시콜콜한 사연들을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다 털어 내었다.

그의 출생과 삶, 그를 있게 한 힘과 사랑 그리고 말기암 환자로서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이야기 등 15분에 걸친 그의 연설은 그의 다이나믹한 인생을 다이제스트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앞에둔 환자로서 죽음의 문턱을 갔다 오니 더욱더 자신만을 위한 삶의 소중함을 절실히 인식하게 된다 하였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눈치를 보느라고 시간낭비하지 마십시오. ~~ 여러분들의 내면의 속삭임을 들으세요, 여러 분들의 직관을 믿으세요. 그 외의 모든 것은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늘 갈망(욕심)하고, 우직하게 나아가세요. (돈키호테처럼)

67년 12월 논산 훈련소의 바람은 훈련병들의 심정보다 더 싸늘하였다. “밥 먹었나" 투박한 소대장의 질문 아닌 질문으로 우리들의 어김없는 일과는 시작되었다. 세월이 흘렀다. 귀에 익숙한 “아침밥 먹었나”의 아침인사는 언제부터인가 "좋은 아침"으로 대체되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Good Morning의 번역판이다.

잊지 마라, 먹는다, 아침 먹었느냐의 투박한 거친 나눔의 인사는 오천년 비바람 속에 견뎌왔던 저 땅의 흐느낌의 인사라는 것을! 사람을 하느님처럼 섬기라는 "인내천" 동학의 밑바닥 정신은 밥 한 공기의 나눔의 장이라는 것을!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장하다 내 아들, 대한민국 만세다” 여기에는 각본도 필요 없고 그 흔한 엔지(NG)도 날수가 없다. 아니 있을 수가 없다. 오천년 비바람 속에 숙성된 토지의 흐느낌은 연출이 필요없는 자연산이니까.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혁명은 한국의 우수한 민족성을 디지털 문화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부여하게 된다. 그의 졸업식 연설은 그가 우리에게 주는 유언이자 희망의 소리이다.

2002년 거스 히딩크는 월드컵 4강에 오른 후 “나는 아직 헝그리 하다”고 하였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구하여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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