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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살았다"(2)
kwangchul

 

(지난 호에 이어)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읽었으나 성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공자를 존중 ~~ 왜 공자를 존중해야 ~~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으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속 분서(태워 버릴 책), 탁오 이지(1527-1602)

 실생활의 체험을 통해 고통을 경험한 탁오 이지는 입고 먹는 것을 떠나 인륜 논리를 논하는 것을 부질 없는 청담으로 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누구나 쓸모 없는 사람이 없다고 본 그는 유가가 지배하던 시대에 걸맞지 않는 평등정신을 주장한 시대의 이단자며 반역자였다.

특히, "이"를 근본으로 삼는 주자학의 일원론을 비판하고 "정"을 내세워 부부의 중요성과 남녀 평등을 역설한 것은 격렬한 반발을 일으키게 한다. 결국, 그는 76세의 나이에 음란 방종하고 혹세무인 하였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탁오 이지는, "나는 장차 나를 알아주지 않는 자들에게 죽음으로써 분노를 토하리라"고 예언했듯 자결을 함으로써 시대를 향한 분노를 토해냈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편의점 매니저로 일하던 나는 친형님과 함께 몬트리올 서쪽 외곽지역에서 “Fruit Bowl”이란 상호의 가게를 인수하여 경영하였다. 당시 퀘벡주는 슈퍼마켓 규모의 상점에서는 주류(맥주, 와인)를 취급할 수 없었지만 컨비니언스 규모의 상점에서는 맥주, 와인 등을 팔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1970년-1980년대, 캐나다에 정착을 하였던 한국인 이민자들의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을 경영하며 생계를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형 슈퍼마겟 체인 등이 일요 영업 허용 획득 이후 매상 감소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2천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특히 담배 매상이 크게 줄어 그나마 복권 커미션에 의존하여 보나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던 어려운 시점에 도달하게 되는 그 시점, 혜성같이 나타난 정치가가 있었다. “덕 포드(Doug Ford)" 현 온타리오주 수상이다.

2018년 봄, 주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놓은 보수당의 당대표 "포드"는 주류 판매 자유화를 언급하기 시작 하였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인 업계는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포드"는 특정 슈퍼마겟에서만 맥주, 와인 등 주류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모든 곳에서 술을 팔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친 김에 결정한다는 말처럼, 그 해 3월말 경 조성준 의원과 함께 한인실업인협회를 방문한 포드는 보수당이 집권하게 되면 편의점에 주류판매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하며 보수당의 주요 선거 공약 중에 하나가 되게 한다.

2018년 6월, 그 당시 시니어가 되어 은퇴를 하였어도 많은 한국계 유권자들은 편의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그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한국계 업주들의 고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수당을 지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게 되며 한인 업주들의 실낱 같은 주류판매에 대한 소망은 또다시 물거품이 된다.

12월 16일(금), 컨비니언스 스토어 체인 7-일레븐(7-Eleven)에서 주류판매를 할 수 있는 면허를 온타리오주류게임공사(AGCO)로부터 획득하였다는 소식을 "한인 뉴스속보"에서 보았다. 유별나게 인내심이 많은 온주 편의점 업계에서도 4년 전 선거공약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여겨진다. (컨비니언스 주류판매 허용 공약은 지난 온주 6월 2일 총선에서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포드의 유명한 좌우명이 있다. "약속하였고, 그 약속은 실행되었다"(Promise Made, Promise Kept). 투표 전 선거공약과 집권 후 많은 약속이 이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게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컨비니언스 주류판매"였고 지난 11월 29일 통과된 "법안 23"의 그린벨트를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동물은(개는) 약속을 안한다. 인간만이 약속을 하고 지켜지기도 하지만 그 약속을 깨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자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켜지지 못한 경우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뒤 따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Leadership)이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알지 못해 실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산된 거짓은 허용될 수 없다. 하얀색은 하얀색이어야 하고 검은색은 검어야 한다. 백을 흑이라 우기고 흑을 백이라 할 수는 없다. (2022년 12월 17일)

 

(주: 지난 2015년, 자유당 정부는 450여 개 슈퍼마겟 매장에 맥주판매 등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The Beer Store”(Labatt, Molson, Sleeman)와 계약을 맺어 1억 달러를 투자하게 했으며 투자는 실행되었다. 만약 그 계약을 해약하는 경우, 10여 년간 10억 달러 상당의 해약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그 계약은 2025년 만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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