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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와 오! 캐나다
kwangchul

 

 큰 아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아들: 아빠, 월드컵에서 16강에 안착하기를 원하는 3팀을 선정해 보내줘. 내 선택은 1. 한국 2. 캐나다 3. 영국이야.

 아빠(나): 나는 세 팀이 아니고 두 팀인데 제일 먼저 한국 그리고 캐나다 팀이야. 두 팀이 다 16강에 도달해 결승전까지 나란히 진출하기를 바란다.

 FIFA 월드컵은 1930년 첫 대회가 열렸으며, 4년마다 열리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축구대회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과 캐나다가 나란히 월드컵에 진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고 떠났던 1974년, 이곳 캐나다는 아이스하키 종주국 나라라 할 수 있었다. 축구는 그 당시만 해도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운동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기존 캐나다인과는 달랐다. 특히 토론토 도시 곳곳에 모여 살던 이탈리아인들에겐 축구는 열광적인 스포츠였다. 우리 아이들이 7살, 5살이었던 1982년, 이탈리아인들의 밀집지역인 에그링톤과 더프린지역에 있는 이탈리안 슈퍼마켓을 운영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 해 열린 스페인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서독을 3대 1로 꺾고 우승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경영하던 가게 지역은 온통 열광하는 이탈리아인들의 환호의 물결이었으며, 우리 아이들도 이탈리아 삼색기를 들고 덩달아 "비바 이탈리아"를 외치고 있었다.

 그때, 이것이 대한민국 팀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4년 후, 1986년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고 한국도 참가하였으며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 이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대어를 낳게 된다. 10회 연속 본선 행을 이룬 국가는 한국 외에 다섯 국가 즉,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아르헨티나뿐이다.

 캐나다는 1986년 첫 출전권을 얻은 후 36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 2022년에 들어서서야 카타르 월드컵 본선 티켓을 획득하게 된다. 캐나다 팀에겐 축구변방 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역사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그래 바로 그거야, 한국사람은 한국에 살아야지! 그곳이 내 고국이고 나를 태어나게 한 고향인데.

 그런데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별일로 보이지도 않는데 척 하면 쉽게 미국이나 캐나다 등 지역으로 떠난다. 좀 이름 있다는 학자들을 보면 그 힘들다고 하는 입시지옥을 겪고 들어간 한국 대학 졸업장이나 학위보다도 미국 명문대학 학위를 들고 목에 뻑뻑한 힘을 주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어느 때는 미국사람보다도 미국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느끼어진다.

 삼십 즈음에 이곳에 와 80을 바라보는 나는, 인생의 3분의 2를 이곳 외국 땅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도 나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묻는다면 한국인이라 한다. 이미 한국 국적상실이 되어 법적 지위에서 영락없는 캐나다인이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아니다, 단호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국 사람은 한국에 살아야지요."

 20년 후 2002년, 이탈리아인들이 살던 지역에서 그들과 섞여 “비바 이탈리아”를 외치던 우리 아이들의 손에는 태극기가 쥐어 있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안착하게 된다.

 아, 대한민국!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었다. 스포츠가, 운동 경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국인의 아이덴티티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6월 26일 오후 2시, BMO 경기장에서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과 캐나다 여자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있었다. 캐나다 메이플리프 국기를 든 1만6천여 명의 캐나다 축구팬들 사이에 나와 작은아들이 있었다. 양국 국가의 순서가 있었고 관례대로 방문국가의 국가가 먼저 연주되었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울려 퍼지는 애국가는 내겐 한국인이 외국에서 듣는 대한민국의 국가였다. 곧이어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 순서였다. 1만6천여 명의 우렁찬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흔들었다. 그 중에는 캐나다 국가를 따라 부르는 내 아들도 있었다. 그때 그는 여지없는 캐나다인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우루과이, 가나 그리고 포르투갈 팀과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강팀들이다.

반면, 캐나다는 벨기에, 크로아티아 그리고 모로코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 대전 중 상위 두 팀이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두 팀 다 힘든 상대들과 대전을 하게 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한국이 캐나다보다는 16강 진출 확률이 높다 한다.

 "공은 둥글고, 게임은 90분 동안 지속된다" 축구경기의 예측 불가능성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이 둥글기 때문에 결과는 요행보다 실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말이다. 요행보다는 그래서 공이 둥글기 때문에 실력 있는 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한국은 2002년 4강의 신화를 쓰면서 공이 둥글다는 숨겨진 진실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운이 아니었다. 세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투혼의 노력이었다.

 옛날, 1950년대 축구코치들이 즐겨 쓰던 말이 있다. 개발에 땀이 나게 뛰라고!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을 빈다. (2022년 11월 20일)

 

(참고: 개는 땀구멍이 없다. 하지만, 약간의 땀샘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개 발바닥이다. 개발에 땀이 나게 뛰라는 의미는 해내기 어려운 일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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