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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여자 ‘제인 에어’(Barefoot Jane in Ay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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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95번을 따라 운전하다가 하버드 유니버시티 간판을 보고 하버드 대학이 보스톤에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아쉬움이 스친다. 30년 전에 알았더라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나는 53피트나 되는 대형 트레일러가 달린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서 하버드대학 옆을 지나간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의 가장 큰 매력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시각적 정보와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다양한 아메리카식 융합문화의 경험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중부의 대초원을 가로지르고, 지평선만 보이는 황막한 광야를 끝없이 달리고, 수만 년의 세월이 깎아놓은 붉은 기암괴석 사이를 지나고, 만년설이 언제나 보이는 험준한 바위산 록키를 넘고,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별이 빛나는 선인장 사막을 가로지르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 너머로 오대호의 큰 호수를 건넌다. 


내셔널지오그라픽에 나오는 사진 같은 비경을 따라 운전하고, 밀림 같은 침엽수림, 불바다 같은 단풍나무 숲으로 달린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천둥번개 속에서도 달리고, 괴물 같은 토네이도에 쫓기기도 한다. 끝없이 다가오는 언덕의 물결을 넘으며, 천지가 온통 흰색뿐인 백야의 폭설 속에서도 오직 핸들에만 의지하여 달린다. 


지금은 초록의 숲이 우거진 한여름, 첩첩 산으로 이어지는 애팔래치안 산맥의 중심부를 지나고 있다. 미국 동부 지역은 1620년 청교도인 백여 명을 태운 매이 플라워호가 케이프 커드에 도착한 역사가 말해 주듯 오래된 도시들이 많다. 


보스톤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타운 AYRE에서 자동차 부품을 픽업해야 하는데 픽업 시간이 오후 8시다. 좀 늦은 시각이지만 영업실적을 마감해야 하는 분기 말에 흔히 있는 일이다. 화물을 싣는 시간이 2시간 정도라고 예상하면 밤 10시에 상차가 끝나겠지만 하루 14시간 운행규정에 초과되므로 오늘은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 그 회사의 야드에서 10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새벽에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하이웨이에서 빠져 나와 작은 하이웨이로 들어서면서 AYRE 의 발음을 고민했다. 에이레, 에이여라고 생각하였다가 캐리비안 해적들이 잭 스패로우 선장에게 아이 아이 캡틴! Aye aye Captain 하고 인사하는 단어와 비슷하므로 아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Ayre 타운으로 향하는 초입에 있는 여섯 개의 길이 교차하는 회전교차로를 만났다. 회전교차로는 대형트럭 운전사에게 골치 아프다. 느린 속도로 빈틈없이 줄을 이어 밀려오는 차량 사이에 끼어드는 것도 어렵고, 가운데 원형 화단도 신경 쓰이고 동시에 좁은 틈이라도 비집고 끼어드는 차량들을 살펴봐야 하는 혼잡스러움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더구나 나가는 길이 비슷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조그맣게 쓰인 길 이름 간판을 빠른 곁눈으로 읽어내야 한다. 빠져 나가야 할 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역시나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긴 트럭과 트레일러가 원형 화단에 걸릴 것 같아 조심조심 살펴보다 그만 나가야 할 길을 놓치고 다음 길로 잘못 들어섰다. 하버드 스트리트라고 쓰인 간판이 두 개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바드로 가는 길조차 이렇게 어렵다. 


젠장, 또 돌려 나오든지 우회도로를 찾아가야겠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후회해봐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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