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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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베들레헴의 은빛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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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의 여러 족속 가운데서 작은 족속이지만,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다-(미가서5:2)

 

 유다 땅에서 아주 작은 고을, 구약성서 시대의 예언자 미가의 예언이 이루어진 에브라다, 지금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총격전이 끊이지 않는 계엄령 하의 베들레헴 땅을 향해 예루살렘 한인교회의 양태선 집사와 함께 그의 차로 당당하게 입성(?)했다. 물론 시가지 입구에서 팔레스타인군의 심문을 받을 때는 좀 사기가 떨어졌지만…. 

 

 

베들레헴 기념성전 앞 광장에 이르자 석양이 교회 종각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큰 성전의 정문 높이는 1미터20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좁은 문'이다. 말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말에서 내려 겸손하게 절하며 들어오도록 만든 '겸손의 문'이라고 한다. 

 이 문은 또한 앙드레 지드가 “아닙니다, 주여!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길은 좁은 길이옵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좁은 길이옵니다”는 사랑과 신앙의 고백을 하는 명작 ‘좁은문’을 탄생시켰다. 

 

교회 안에 들어서면 어디서나 예수님의 말씀이 울려오는 듯 설계된 기념건축물에 새삼 놀라게 된다. 어둑한 '좁은 문'과는 달리 성전 안은 드넓고 웅장한 붉은 돌기둥이 열 개씩 두 줄로 양쪽에 늘어선 바실리카 형의 교회이다. 이 성전은 주후 324년, 로마시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성지 순례 중에 이곳이 예수 탄생지라는 확신을 얻고 황제의 도움으로 짓게 된 것이다. 

 이곳은 회교도들도 순례차 들린다. 그 이유는 회교 경전인 코란에, 동정녀 마리아가 하느님의 종이며 예언자인 예수를 종려나무 아래에서 낳았는데 그 종려나무가 베들레헴에 있었다는 전설을 따라 이곳에 오면 예수 탄생성당인 이 유스티니아누스 성당을 참배한다고 한다. 

그 종려나무는 지금 베들레헴 땅엔 없지만 그들이 아직도 믿는 것을 보면 예수님의 베들레헴 탄생설이 얼마나 여러 가지인가, 복음서마다 다른 것을 보아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것이 '신앙적 탄생설'이건 '역사적 탄생설'이건 그리스도에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탄생기념성전의 중앙제대 바로 아래층 대리석 돌계단을 내려가면 내가 이곳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목적지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점성술에 밝은 동방의 세 박사(왕)들에게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을 알려준 '베들레헴의 별'이 머문 곳이다. 

이 예수탄생 동굴의 대리석 바닥에 큰 은빛별이 조각되어 있고 별 한가운데에 그 자리를 표시하는 둥근 구멍이 나 있다. 그 둘레에 라틴어로 "이곳에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셨다"고 새긴 글씨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어려서 주일학교에 다니며 부르던 ‘동방박사 세 사람의 노래’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도 동방의 박사들처럼 산 넘고 물 건너 멀리서 왔지만 아무런 예물도 준비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 대신 이 아름다운 별과 거룩한 땅에 와보지 못한 이들에게 나의 글과 사진으로 주님의 은빛 향기를 전하리라. 나는 그 별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은빛 별 위에 엎디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께 감사와 경배의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사진도 편안하게 찍었다. 그동안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계엄령 해제 시에는 관광객과 순례자들 때문에 이 탄생 동굴 위에 앉아 보기는커녕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간신히 드려다 본다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을 열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다시금 깨달았다.

 평화의 왕이 오신 이 베들레헴 땅이 지금은 내전으로 인해 저녁 7시에 통행이 금지된다. 아쉬움을 남기며 시가지를 빠져나오는데 우리가 탄 차의 뒤쪽에서 연발하는 총소리를 들으며 급히 베들레헴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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