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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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예수님 눈물성전에 핀 가시 나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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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산에서 왼편으로 기드론 골짜기와 흰놈 골짜기를 내려다보면서 예수님 승천기념 경당(회교 소속)과 마리아 무덤 성전을 지나면 ‘주께서 눈물을 흘리셨다’는 예수눈물교회 소성당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원형지붕 네 귀퉁이엔 예수님의 눈물방울 모양의 네 기둥이 하늘을 우러러 서있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으로 모든 사람들의 흠모의 절정에 있을 때, 감람산에 올라 화려한 도성 예루살렘을 내려다보고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셨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그러나 지금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Luke 19:42) 

성전 안에 들어서자 작은 십자가를 세워놓은 제단 뒤의 창 너머로, 놀랍게도 예루살렘 옛 시가지와 황금색 돔 지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예수님의 예언대로 솔로몬이 세웠던 화려한 예루살렘 도성은 무너지고 지금은 그 위에 아랍인들이 ‘하람 에쉬 사리프(숭고한 성역)’라 부르는 황금색 지붕과 팔각형으로 지은 회교 대사원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예수님은 이미 2천년 전에 세상 끝 날이 되어야 마무리될 듯한 이 치열한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싸움을 아셨으리라. 성전을 상징하는 자신의 몸을 산제물로 드리기 위해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의 고통을 겪을 인간적인 아픔마저 예감하며 눈물을 흘리셨으리라. 예수님은 저 성전 지붕 끝에 매달린 네 방울의 눈물만 아니라 어쩌면 비 오듯 눈물을 쏟으셨을 것만 같아 흐르는 눈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울적한 마음으로 뜰에 내려서자 갑자기 피어난 듯 반기는 여러 가지 꽃들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좁은 길 양 옆으로 보랏빛 붓꽃들이 줄지어 피어 있었고, 샤론의 백합같이 하얀 붓꽃도 보였다. 별관 담 밑엔 붉게 익어가는 쥐엄나무 열매와 야트막한 키의 가시나무가, 예수님이 마지막 날에 쓰셨던 가시면류관과 그로 인해 흘리신 붉은 피를 생각나게 했다. 예루살렘에 무수히 자라는 이 가시나무(Thorny Burnet)풀로 로마병정들이 그 가지를 잘라 ‘가시면류관’을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Mark27:27). 

 

 

 가시나무에 얽힌 신화에 이런 것이 있다. 바빌로니아 길가에서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인 현자 우트-타피슈팀이 바다 깊은 곳에서 가시로 뒤덮인 식물의 가지 하나를 꺾어들고 돌아온다. 길에서 뱀을 만났는데 자기가 가시나무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뱀은 그것을 뺏어 삼키고, 영웅 대신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고 한다.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뱀일지라도- 그것은 생명의 나무가 됨을 보여주는 신화이며, 그 불멸성은 그리스도와 같이 초자연적인 시련을 겪고 나서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예수님의 눈물은 이러한 가시 같은 아픔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란 생각을 하면서 시온산을 향해 언덕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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