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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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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꿈꾸는 아이오나 섬과 콜롬바 성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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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서 하일랜드의 윌리엄 포트까지 멋진 기차여행을 하리라 마음 설레었는데, 전날 확인해보니 산곡의 암반사고로 기차통행이 두절이란다. 그 덕분에 하일랜드의 첩첩산중을 아슬아슬하게 잘 감상하면서 버스를 타고 오반에 내렸다. 그곳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날 아침에 배로 뮬섬에 가서 다시 아이오나로 가는 페리를 타고 45분을 더 항해했다.
 이렇게 외지고 별 볼일 없는 아이오나 섬(Iona Island)이 성지로 순례자의 기도가 그치지 않는 것은, 콜롬바 성인(521~597) 덕분이다. 바람 거센 황량한 아이오나 섬에 정착하여 수도원을 세우고 선교사의 임무를 다한 콜롬바는 아일랜드의 도네갈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고 수도원 운동을 폈던 그는 주후 563년에 첫 순례의 길에 오른다. 예수님처럼 12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자신이 옮겨 쓴 시편성경을 옆에 끼고, 아일랜드를 떠나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 아이오나에 닻을 내렸다. 그곳에 세운 수도원은 스코틀랜드와 북부 잉글랜드에 기독교와 켈트 수도원을 전파하는 중심지가 됐다. 

 


 하늘과 땅 사이가 가장 가깝다는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 아이오나 섬은 푸른 바다의 물결과 하늘의 구름마저 같은 색이어서 뭍에 서 있어도 파도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섬 한가운데 세운 세인트 마틴의 켈트 십자가 밑에 ‘치유의 샘‘ 이라 부르던 신성한 샘(Sacred Well)가에 서서 바라보면, 이 섬은 온통 영혼의 샘을 길어 올릴 작정을 한 듯이 느껴진다.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형국을 한 아이오나 섬, 히브리어로 비둘기라는 뜻을 지닌 아이오나 섬은 샬롬-평화 그 자체다. 온화하면서도 로크네스의 괴물을 쫓아버릴 정도로 용감했던 콜롬바. 그의 별명인 ‘그리스도교회의 비둘기’가 머물던 이 섬은 마치 콜롬바의 영혼의 성 같다. 
각지에 복음을 전파하고 아이오나 섬에 다시 돌아온 콜롬바는 말년의 30년을 이 섬에서 명상생활과 수도원 활동 중 597년경, ‘얼굴에 기쁨이 충만하여 거룩한 천사들이 그를 맞으러 오는 것을 보면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세운 수도원 건물은 그 후 거의 무너졌다. 
1938년에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우 장로교 목사인 조지 맥리오드가 피폐한 수도원을 재건하면서 초교파 모임인 아이오나 공동체를 조직하여 콜롬바 성인의 뜻을 이어 그리스도의 영성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이왕이면 성 콜롬바 호텔에서 지내고 싶었는데, 이곳은 일 년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기에 그 대신 순교자 핀리 로스 호텔에 이틀 묵었다. 중세기 이후로 주민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인구는 100명 안팎이란다. 콜롬바 성인이 병이 들어 몹시 아파하고 있을 때 하얀 말이 찾아와 위로의 눈물을 흘렸다는데, 지금은 인구보다 더 많은 얼룩소와 검은 송아지만 어딜 가나 한가롭게 눈에 띄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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