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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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 '비운의 여왕 메리 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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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친구인 이냐시오님이 가끔 오페라 관람권을 보내주신다. 지난봄엔 도니제티가 작곡한 ‘여왕 3부작’의 하나인 ‘마리아 스튜아트’를 보내주셨다.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는 동안 아름다운 벨칸토 오페라의 여운이 내내 따라다녔다.

 오페라 ‘마리아 스튜아트’의 주제는 스코틀랜드여왕 메리의 비극이긴 하나 실제 역사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이 극본은 독일의 문호 쉴러가 썼는데, 그는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발휘해 한 번도 서로 만난 적 없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1세와 스코틀랜드여왕 메리가 무대에 같이 올라 아리아를 부르게 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싸워 승리로 이끈 대영제국의 여왕 엘리자베스1세와 엘리자베스의 조카뻘이며 스코틀랜드의 모든 비운을 짊어진 메리여왕의 이 극적인 대면은 오히려 오페라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2막에, 두 여인이 모두 사랑하는 레스터 경은 옥에 갇힌 메리가 사형을 면하게 하려고 애쓴다. 엘리자베스는 막강한 권력과 비범한 지성미를 갖춘 여왕이었다. 자기보다 뛰어난 미모로 모든 남성을 사로잡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무릎을 꿇자 엘리자베스는 은근히 자부심을 느꼈다. 

 그 순간 비브라토로 떨리는 소프라노 메리의 긴 소절의 대사가 오케스트라 반주에 실려 청중을 압도한다.

 

“당신은 (영국여왕의) 자격이 없어. 당신은 사생아가 아닌가 말이야~”

 

너그럽게 풀어주려던 엘리자베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메조소프라노로 꾸짖는다.

 

“이 야비하고 음탕한 여인, 남편을 셋이나 죽인 창녀야!” 그녀는 메리 사형선고장에 서명하고 만다. 

 

 

오페라를 끌어가면서 연극 인물들의 내면세계에 접근하는 바리톤 톨부스 신부가 메리에게 고해성사를 준다. 메리는 살아온 지난날을 회상하며 마음에 박힌 대못들을 하나하나 뽑는다. 

 프랑스에서 유아기를 보내며 가톨릭이 됐으나 스코틀랜드에서 장로교 신앙을 이겨낼 수 없었다. 프랑스 왕이던 남편이 1년 만에 죽자 스코틀랜드의 단리와 결혼했다. 여왕의 정부이며 신하인 리치오를 단리는 여왕이 보는 앞에서 죽인다. 메리는 이 남편의 포악한 성격에 놀라 보스웰을 시켜 그를 죽여 버린다.

 단리가 죽은 지 한 달도 안 되어 메리는 그보다 더 포악한 보스웰과 결혼한다. 단 하나의 피붙이인 이복오빠 머레이 백작이 마상에서 총격을 당하게도 했다. 그녀의 정신적인 상담자였던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아버지이며 ‘벽력같은 스콧트인’이란 별명을 가진 존 녹스가 타이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며 네 번씩이나 만나 충고한 일들을 모두 무시해버린 일도 후회 막심하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를 탈출하여 영국여왕 엘리자베스1세에게 구원을 요청했으나 자신을 18년이나 성에 가두어 버린 엘리자베스를 죽이려고 음모했음도 자백한다.  

톨부스 신부는 금기로 되어있는 가톨릭교회 성찬을 죽음을 앞둔 메리에게 몰래 베풀어준다.

 

스탕달이 말했듯이, 쉴러가 역사적인 사실을 비켜갔다 해도 종합예술인 오페라 ‘마리아 스튜아트’는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에든버러 성에서 동쪽으로 로열마일을 따라 오리쯤 걸어 내려가면 홀리루드 하우스 궁과 마주친다. 시내버스를 타고 그 근처에 있는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앞에서 내려 홀리루드 하우스 궁을 찾았다.

1128년 사원을 방문하는 귀족을 위해 지었고, 16세기에 들어와서 메리여왕의 조부인 제임스 4세가 궁전으로 완공했다고 한다. 파괴와 재건의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은 영국왕실의 공식적인 영빈관이 되었다. 

 프랑스식으로 지은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스콧의 메리가 태어났고 이방인 리치오와의 비극도 벌어졌다. 우리나라 창경궁의 비화가 이 홀리루드 궁 안의 오솔길에도 배어있었다. 

 그런데 마침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공식 방문 중이어서 궁 안을 둘러볼 수 없었다. 밖에서 쇠창살문 사이로 여왕이 머물고 있던 안채와 시계탑이 있는 근위연대 초소만 들여다 보았다. 

 우리는 바로 옆에 인접한 홀리루드 공원에 들어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서 쉬었다. 스코틀랜드의 흑맥주를 음미하면서 맞은편 언덕을 올려다보았다. 

‘아서의 의자’라고 하는 언덕이다. 앉기엔 너무 높은 의자, 아서왕의 칼이 있던 자리이다. 옛 무사의 언덕 같은 아서왕의 의자 아래엔 아주 현대적인 건물이 보인다. 마이클 홉킨스가 설계한 ‘다이내믹한 지구센터’다. 그의 특징인 하얀 텐트 천으로 재미있게 지붕을 엮어놓았다. 

다음날 아침엔 에든버러 성채에 올라가 역사적인 운명의 돌, ‘스쿤의 돌’이 있는 박물관을 보러 가기 위해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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