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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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월터 스콧의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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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일랜드의 가을 들꽃처럼 신선한 향기-

 

 

 몇 해 전에 월터 스콧경의 대하소설,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The Heart of Midlothian " (1818년 출간)을 우리말로 옮겨 쓰는 일을 시도한 적이 있다. 언덕을 굴러 내리는 상쾌한 마차 바퀴 소리에 쏠려 제3장까지 잘 달리다가 그 엄청난 무게에 지쳐서 덮어 놓았다. 

  그런데 올해 에든버러2010선교대회에 참석하여 에든버러 시가지를 거닐면서, 역사의 큰 강물이 흐르는 듯한 그의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의 풍경들이 이 도시에 모여 있음을 보고, 그 작품을 우리말로 마저 옮기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월터 스콧 경이 그의 기념탑 안에 의연하게 앉아있는 것을 비롯 해, 깃털 펜을 들고 공중다리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은 내게 새로운 도전의 용기가 나게 했다.

 1864.6.21 이후로 더 이상 사형장소가 아님을 쓴 팻말이 붙어있는 그라스 마켓을 지나면, 해마다 8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에든버러 페스티벌 홍보센터가 된 톨부스 교회가 로얄 마일 언덕 아래에 버티고 서 있다. 15세기에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대성당 앞에 지은 옛 형무소인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은 1817년에 철거되고, 월터 스콧의 웨이벌리 이야기, "나의 지주이야기" 2편에 나오는 월터스콧의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이 그 다음 해에 소설로 부활한다.

 

 

에든버러의 미들로디안 한 가운데에 있는 옛 형무소 자리인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 바닥엔 하트 모양의 조약돌 모자이크가 보인다. 1974년에 지방정부가 에든버러와 미들로디안 지방의 분기점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옛날엔 죄수들이 형무소에 들어가며 침을 뱉어 자신의 행운을 기원했던 자리, 지금은 에든버러 시민들이 이 하트 안에 그린 원 속에 침 뱉으며 자신의 행운을 비는 자리가 되었다. 

그 하트형의 모자이크 위에서 시작한 거리의 축구팀이 지금은 세계적인 축구단이 되었는데, 그들은 이 하트 무늬와 똑 같은 문장과 이름을 가진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축구팀이다. 

 월터 스콧이 쓴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의 이야기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이야기는, 1715년부터 1736년 사이에 일어난 쟈코뱅의 반란기간 중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포티어스 폭동이 시대의 배경이 된다. 밀수업자인 윌슨과 로벗슨이 밀수품을 몰수 당하자 세금징수원의 돈을 강탈한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윌슨은 함께 처형 받는 동료 로벗슨을 도망치게 하고 혼자 사형 받는다. 도망친 동료 로벗슨이 윌슨의 처형장에 나타나리라는 보고를 받은 에든버러 수비대가 군대와 함께 출동하여 경비가 삼엄하다. 

처형장 주변엔 구경 나온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비대장인 포티어스는 윌슨이 처형당하는 순간 사형수에게 돌을 던지는 시민들에게-실은 관례적으로 있는 일인데도-발포령을 내려 많은 시민들이 죽는다. 그로 인해 원래 시민들에게 미움 받던 포티어스는, 그가 총을 쏘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는 섭정하고 있던 캐롤린 여왕의 선처로 선고유예를 받지만, 출소 전날 시민폭도들이 형무소를 부수고 그를 끌어내 린치 끝에 처형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에 매달아 죽인다. 

이러한 역동적인 사건과 대조적인 낭만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이 과정에 참여한 많은 선량한 사람들의 서사시 같은 이야기와 엮어져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의 두 번째 테마로 펼쳐진다.

 

 

신실하고 보수적인 장로교단의 가정에서 자란 지니 딘즈와 에피 딘즈라는 두 자매가 등장한 것. 지니는 유아살해라는 누명을 쓰고 갇혀있는 동생 에피를 위해 재판에서 위증한다. 그리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에든버러에서 런던에 14일간의 도보여행을 해서 아가일백작의 도움으로 왕실의 사면을 받는 목적을 이룬다.

 지니가 자신의 종교에 위배되지만 동생을 구하기 위해 위증하는 행위는, 마치 예수가 안식일에 배고픈 제자들을 위해 밀 이삭을 잘라 요기함으로써 안식일의 법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귀중함을 알린 일과 비슷하다. 

에피는 포티어스를 감옥에서 끌어내 린치한 주모자, 로벗슨의 애인이다. 로벗슨이 군중을 이끌고 형무소를 습격했을 때 에피도 구출하려 하나, 에피는 자신이 결백하므로 탈출을 거절하고, 정식으로 사면을 받은 후에 로벗슨 역을 맡은 실물, 스텅튼과 결혼한다. 지니는 톨부스교회의 성직자인 루우벤 버틀러 장로교 목사를 사랑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 된다.

 이 작품은 또한 그 당시 유행한 상류사회 주인공 일색이던 것을 중류와 하류계층의 인물들을 많이 등장시켜, 그들의 언어로 떠들어 대는 스코틀랜드 기질의 활력소를 만들어 냈다. 

스콧의 소설에서 첫 번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니는, 지금까지 남주인공에게 선택되어 온 여주인공의 개념을 깨고 여성의 내면에 잠자던 숭고하고 적극적이고 강한 성격이 신앙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는 새 여인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 이후에 쓴 "아이반호"의 여주인공 레베카도 신앙의 길은 다르지만 그런 성격의 인물이다.

 

 

지니와 에피 자매와 스코틀랜드의 전통장로교인인 그들의 아버지 데이빗 딘즈, 지니의 수호천사 같은 고귀한 성품의 아가일 백작, 그 외에 희극배우 같은 새들트리 부부와 마부들이 스콧의 긴 소설여정에 함께 웃고 노래하며 지나가는 쉼표 역할을 해준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극의 벌판에서도 그의 유머러스한 풍자적인 대화가 들꽃처럼 신선한 미소로 떠오르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웅장한 자연과 신비스러운 자연의 아름다운 대비 때문이리라.

 "하트 오브 미들로디안"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블랙우드와 브리티시 레뷰(Blackwood and British Review)지는, "자연스럽고 극적인 귀결에 이르기 위해 길게 끌어가는 이야기를 쓴 특수한 소설기법"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그의 장편소설 속엔 숨막힐 듯한 극적인 요소에다 이따금 튀어 나오는 서사시들이 라틴어로, 불어로, 영어로 자유자재로 튀어나와 놀라게 한다. 그것도 완전 쉼표가 없는 긴 단락 끝에. 

 저주 받던 사형 장소를 이제는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그 하트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려고 하는 걸 보면, 에든버러는 참으로 축복 받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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