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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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밀라노: 신비의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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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두오모(The Duomo)라고만 부르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Duomo di Milano)은 하루에 너댓 번 변신을 한다. 어쩌면 그리스도를 닮고자 애쓰는 사람의 단계적인 일생의 변화처럼.
 이른 아침, 두오모 꼭대기에 있는 다락방교회(Upper Church)에 올라가 본다면, 밀라노 시가지와 롬바르디 지역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아치문이 달린 다락방교회 뾰족탑 위로 황금빛 마돈나가 별이 달린 후광을 이고 오른손에 금빛 홀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서있는 것을 보게 되리라. 그때 성당 전체가 마돈나의 조명을 받는 듯 황금빛이 나는 것도.
 정오가 되면 이 거대한 밀라노 두오모는 하늘빛 청색이 된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메트로 두오모 역을 빠져 나와 광장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두오모를 보고, 청색 건물이라 착각할 만큼.
 그러나 깜깜한 경당 안에 들어가 수난의 십자가 아래 놓인 촛불 앞에서 하느님의 가없는 사랑에 눈물의 기도를 올리고 나오면, 또 다른 두오모를 만나게 된다. 어둠 속에서 내면의 신비를 체험하는 동안 오후의 갈색 코트로 갈아입은 두오모를.
 해질녘은 또 어떤가. 두오모는 회색빛 석전으로 변하면서 광장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비둘기 떼가 저녁산책을 나온 어린이나 연인들과 더불어 놀고 있는 그곳을. 광장에서 100미터가 넘는 두오모의 뾰족탑들을 올려다보면 135개의 첨탑과 3,400개의 성인 조각상이 실물 크기로 서 있는 것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두오모는 비스콘티 통치기간인 1385년경에 주세페 멘고니의 설계로 건축하여 1600년경에 본관을 완공했다. 그 후 250여년이 지난 1774년에 금빛 마돈나(성모마리아상)와 함께 다락방교회의 고딕 첨탑이 완성된다.
 약 400년을 두고 다양하게 지은 이 대성당은 바티칸시의 성베드로성당 다음으로 크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두오모의 외형과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내부를 합치면 세계 최고의 성당이 된다고 겹 자랑을 한다. 1800년경에 얼추 끝난 이 성당건축은, 여러 차례 설계변경으로 개축공사가 이어졌고, 지난 2003년부터 작년까지 정면이 가려진 채 정문공사를 마무리했다.
 하루에 몇 번씩 다르게 보이는 두오모의 화려한 변신은, 습기와 안개가 늘 서리는 밀라노의 날씨 때문만이 아니다. 성당의 외벽과 내부 건물을 칸도글리아(Candoglia)에서 가져온 대리석을 모자이크로 쌓아올렸는데, 그 대리석 자체에서 나오는 흰 장밋빛과 진줏빛이 어우러져 푸른 정맥이 드러난 듯한 대리석과 대리석의 이음새에 햇빛이 반사되기 때문이란다.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의 초대 주교였던 암브로시우스 성인은 그가 태어날 때 꿀벌들이 날아와 그의 입술에 지식을 적셔주었다는 전설 때문에 양봉업자의 수호성인이 된다. 그 외에 양초 제조자, 밀라노시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두오모에서 가까운 곳에 그가 주후 379년부터 386년 사이에 세운 성암브로시우스교회(Basilica of St. Ambrosius)가 있다. 원래 로마의 박해를 받은 순교자들이 매몰된 자리에 교회를 세운 것으로 순교자 성당이라고도 불렀다.
 두 개의 종탑과 아름다운 세 개의 반달문이 달린 가운데 마당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이 끊임없이 몰려와 그의 설교를 듣고 병 고침을 받았다. 암브로시우스는 397년 4월4일 성 토요일, 부활주일 전날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어찌 이리 많이 남았단 말인가! 오, 주여! 어서 빨리 오소서! 지체하지 마시고 저를 거절하지 마소서"라는 말을 남기고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으며, 그의 유해는 그의 교회 지하실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의 설교를 듣고 개심한 사람들 중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는 성인 아우구스티누스.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가르침을 잊지 못했음인지, 성 암브로시우스 교회에서 서북쪽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 성 아우구스티누스교회가 보인다.
 이 교회 뒤편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벽화, ‘최후의 만찬’으로 더 잘 알려진 산타 마리아 글라치아 교회가 발길을 재촉한다.
 밀라노엔 네 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큰 기차역인 밀라노 중앙역은 마치 거대한 괴물같이 생겼다. 그 모습이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를 저리도 닮았을까 하고 언짢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솔리니의 작품이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거대한 흉물에 놀라서 밀라노 구경을 망설였다면 큰 손해를 볼 뻔 했다. 환상적으로 색깔이 변하는 두오모의 놀라운 신비체험을 못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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