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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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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12)-날아다니는 코닝웨어(Corning 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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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핑거레이크 지역에 체뭉강이 흐른다. 그 강가에는 넓은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많다. 또한 세계 유리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유리의 역사가 깃든 곳. 

 

 

큰 상수리나무 아래, 빨간 둥근 바퀴모양의 조형물이 60년 전통을 가진 코닝 유리 미술관임을 알려주고 있다. 세계 유리공예 전시장인 미술관 1층은, 여러 나라의 유리작품들이 눈부시게 고운 빛 옷을 입고 모여든 보물창고 같았다. 그 눈부신 작품들은 모두 자기 고향의 옛 이야기들을 조각으로 아로새겨 놓고 있었다. 호리호리한 은빛 금빛 화병 안에 그려넣은 그리스의 여신과 박카스 신들, 큰 카누의 뱃머리엔 젊은 용사가 사자와 독수리를 데리고 정착할 육지를 어림잡으며 오른손은 이마에, 왼손은 악의 세력을 누를 듯이 사악한 뱀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서 있었고.

 작은 원에서 시작한 14방위의 별빛이 퍼져나가 여덟모꼴의 별들로 둘러싸인 만다라 모양의 큰 접시, 그리고 별을 관측하는 엄청 큰 전파망원경이 유리공예의 과학적 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멋진 예술품도 두어 시간 구경하고 나면 허기지거나 커피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아담한 커피숍에서 따끈하게 구운 과자를 들며 잠시 휴식을 가졌다. 달팽이 모양의 전시장을 다 돌고 나가려니까, 남편이 “당신이 진짜 보고 싶은 게 아래층에 있는데?” 하면서 아래층으로 이끈다. 그곳엔 너무 가벼워 날아다니는 코닝웨어들이 공중에도 바닥에도 가득 차 있었다. 

 

 

코닝웨어가 1천 도 이상의 높은 열을 견디게 만든 조리용기의 비밀은 스페이스 미사일 탄두 부분에 사용하는 내열 유리 성분과 같은 ‘글라스 세라믹(Glass-Ceramic)’을 주성분으로 쓰기 때문이란다. 하얀색의 고체 유리인 글라스 세라믹은 열로 인한 충격을 견뎌내는 내열성이 뛰어나 미국 우주 연구에 쓰여졌다고 한다. 1958년에 처음 나온 ‘코닝웨어’ 그릇들은 극도의 온도 차에도 끄떡없어 우주시대에 알맞은 조리용기로 관심을 끌었고, 천연 무공해 성분과 환경 때문에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환상적인 유리예술 작품들이 위층에 있다면, 아래층엔 일상에 필요한 코닝웨어 그릇들이 살림살이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릇들이 모두 날아갈 듯이 가벼워 가족들이 날아다니며 코닝웨어의 파이렉스 그릇에 요리하는 유투브 광고가 벽에 붙어있다. 

단단하면서 가벼운 코닝웨어 그릇들을 보니까, 가볍고 우아한 본 차이나(뼛가루로 만든 도자기) 찻잔 세트를 우리가 캐나다에 이주할 때 서울에 두고 온 게 후회스럽다. 한국도자기의 김동수 회장 부인에게서 선물 받은 고풍한 밤색 꽃무늬와 금빛 테를 두른 예쁜 잔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어제 신문에, 본차이나 본고장인 영국이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돌 기념도자기로 한국도자기의 본차이나를 꼽았다는 기사가 났다. 고급 보석 원석인 스와로브스키를 직접 손으로 붙여서 특별하게 만든 푸른 빛나는 둥근 접시 한가운데에 왕관이 그려있는 주빌리가 올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도자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세계 도자기계의 노벨상을 탄 것만큼 한국의 위상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도자기 시장에서는 예술성, 전통성에다 혼까지 배어 있는 제품을 생산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국도자기 대표인 김동수 회장이 감회깊게 말했다. 

영국 왕실은 이 기념 도자기 접시를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에 1천 세트만 한정 판매한다. 한국엔 블루와 실버 세트를 각각 100세트씩만 특별판매한다고. 이익은 별로 없지만 고대 로마의 명품을 재현한 엷은 블루와 크림색 한국도자기 접시는 우아하고 귀한 명품 중의 명품이 된 것이다.

 화려하게 발전하는 코닝웨어 회사도 두 번이나 큰 재난을 맞았다. 하나는, 1972년에 허리케인 아그네스가 체뭉강을 타고 넘어 이 미술관을 완전히 휩쓸어갔다. 폭풍이 지나고 다른 미술관에서도 협조해주어 두 달 동안 대청소를 했다. 그후 건축가 스미스 밀러와 호킨슨이 추가 설계와 시공을 마친 다음, 1980년에 지금의 미술관을 다시 열었다. 홍수사태가 온 세계에 알려지는 바람에 큰 관광지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또 다른 재난은 계열사인 다우코닝(Dow Corning)회사가 1943년에 실리콘 젤을 만들어 여성 유방확대 시술을 시작한 일이다. 한창 유행의 물결을 타던 이 시술에 사용한 실리콘 젤이 체내에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종 암이나 유방암, 결체조직질환, 자살, 수유의 어려움, 신경학적 질환, 보형물이 터지는 일들이 생기자,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 1992년 미국 FDA에서 그 사용을 중단케 했다. 결국 다우코닝회사는 1995년에 도산하고 만다.

 요즘 한국에서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돼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드러낸 가슴에 글씨를 쓰고 떠드는 비키니시위 사진이 생각난다. 성형수술을 한듯 큰 가슴의 그 여인은 아마 심장이 없는지도 모른다. 죽은 물질인 실리콘 젤이나 이상한 골재로 유방성형수술을 했기에 부끄러움이나 미적 감각이 둔화된 걸까. 이런 인위적인 미와 육체의 노출로 성추행범들을 자극하는 일이 아니었음 좋겠다.

코닝웨어가 만든 우주시대의 이 세라믹 유리그릇에 요리를 만들어 다른 그릇에 덜지 않고도 식탁으로 바로 가져가 만찬을 나눌 수 있고, 냉장실, 냉동고에 직접 보관할 수가 있다. 기왕이면 ‘스타 트렉’의 비행선에서처럼, 스위치만 눌러도 내가 원하는 요리가 코닝웨어 접시 위에 척, 담겨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에 이곳에 다시 들러 너무 가벼워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저 그릇들을 꼭 사가야겠다. 우리의 생명을 담는 밥그릇, 생일 아침에 먹는 미역국그릇, 갖가지 요리 냄비들 속에 마음과 혼도 담아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노래도 함께 불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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